가을로 접어드는 계절 비까지 더해 아침 공기가 쌀쌀하게 변해있었다.
오늘은 보윤이 초등학교 재량휴업일이다.
그래서 아침에 학교 돌봄교실에 데려다주기 위해 우리는 차에 올라 대화하며 학교로 향했다.
나는 비를 보며 별로 특별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
"보윤이는 비오면 어때? 무슨 생각이 들어?“
그러자 보윤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눈물! 엄마 눈물. 엄마가 하늘에서 울고 계셔서 그래. 엄마가 우리를 안고 싶은데 못 안아서 우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당장 무슨 대꾸를 해줘야 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보윤이가 더 할말이 있었는지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산지다(책에서 본 아프리카에서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도 우리랑 비슷하네. 근데 우린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근데 사실 엄마는 내가 데리고 왔어요.“
"엄마를 보윤이가 데려 왔다구?”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응. 왜냐하면 엄마는 우리 마음속에 있잖아요."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허를 찔린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연상시켰다.
그 날 딸아이의 말이 그랬다.
글을 쓰다 드는 생각이지만 엄마의 죽음과 아내의 죽음이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러게 보윤아. 아빠도 엄마를 마음속에 숨겨만 놨었는데 이제 숨기지 말아야겠구나.]
아이들을 실제로 키우다 보면 아이들도 자라지만 어른들도 자란다. 절대 태어날때부터 어른이 아니였다는 걸 이번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