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식의 디폴드값
어렸을 땐 말이야.
가슴에서 매 순간 기쁨과 사랑이 샘솟았었어.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프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날 힘들고 무섭게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그러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의식의 디폴트값이 사랑+기쁨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게 커가면서 점점 줄어들더군.
처음에 한 100이었던게 99, 98... 나이 들면서는 50으로 줄어든 것 같아 ㅠㅠ
그런데 지금 내 옆에는 기쁨과 사랑이 100인 존재가 함께 하고 있지.
난 그 존재를 연두라고 부르지.
그리고 놀랍게도 그 존재는 내 딸이야. ㅎㅎㅎ
하느님이 내가 사랑과 기쁨을 잊어갈 때 즈음 큰 선물을 안겨 주겼지.
덕분에 사랑과 기쁨의 평균치가 다시 회복 중인 것 같아.
이 모든게 연두 덕분이지.
그러고보니 연두 태명이 덕분이었네? ㅋㅋㅋ
초등학교 때까진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에게 묻곤 했어.
" 넌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고 다니니?"
참 이상한 질문이었어.
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숨만 쉬고 있어도 내 안에서 기쁨이 올라왔거든.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말이야.
그 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참 바보 같았어.
다른 존재를 사랑할 줄 모르는 어른들의 모습도 참 어리석어 보였고.
아이인 나도 할 줄 아는 걸 왜 어른들은 못할까?
왜들 저렇게 미움과 증오를 뿜어내며 살까?
세월이 지나보니 알겠어.
다들 아파서 그런거야.
다들 원래 가슴에 갖고 있던 기쁨과 사랑을 잊어버린 거지.
그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말이야.
기쁨과 사랑 만큼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고 가질 수 없고 빼앗을 수 없어.
그걸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죽어가는 거야.
마지막 죽는 순간을 조용히 떠올릴 때가 있어.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하겠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 나에게 찾아올 것이란 걸 난 알고 있어.
죽어봤냐고?
꼭 죽어봐야 아나 그런 걸?
그런 건 살아서도 알 수 있어.
지금 당장 시뮬레이션 해봐. 죽음을.
그 때 드는 느낌에 귀를 기울여봐.
그게 우리의 현재 의식을 말해주니까.
내 소원은 기쁘게 죽는 거야.
만화 장길산에서 평생 광대로 살았던 장길산 아버지가 죽기 직전 탈춤을 추면서 내뱉는 말이 있어.
"한 세상 잘 놀다 가오!"
그 말을 뱉고 허공으로 힘차게 뛰면서 그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어.
그 말이 내 평생의 신조가 되었지.
그렇게 죽고 싶어.
잘 놀다 가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