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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Feb 08. 2021

열 문장 쓰는 법

책읽쓰멍 #2

대여섯살 때 쯤이었나? 

어머니가 한약이 몸에 좋다며 억지로 먹인 기억이 납니다. 

시커멓게 달여진 탕약의 쓴 맛이 싫어서 억지로 꿀꺽꿀꺽 최대한 맛보지 않고 삼키려했었더랬죠. 

지금 돌이켜봐도 참, 고역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먹은 한약은 좀 달랐습니다. 

기관지에 좋다며 먹었던 그 약에선 약간의 단맛이 느껴졌고 덕분에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뒷맛은 썼지만 앞의 단 맛이 이를 충분히 중화시켜줬죠.


알고보니, 속담으로도 유명한 약방의 '감초'가 들어간 한약이었습니다.  




요즘 글쓰기가 대세인 듯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격상된지 오래고요. 

관련 책들도 시중에 넘쳐 납니다. 

게 중엔 종이에게 미안한 책들도 꽤 되고요. 

글쓰기는 분명 글을 써야 생각이 정돈되고 나의 생각을 남에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며 업무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본 스킬임은 물론이고 개인의 삶에서도 치유와 성장의 효과를 발휘하는 '좋은 약'이긴 합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맛이 있다면, 아마도 '쓰다'에 가깝지 않을까요?


막상 글을 쓰고 자신이 쓴 글을 읽을 때 입안에서 도는 쓴맛을 느껴본 분들 많을 겁니다. 

쓰는 중간에는 왠지 못쓴 것 같고 별로인 것 같고 아무도 '좋아요'를 누를 것 같지 않은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두 번, 세 번 다시 다듬는 노고를 들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썼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영 초라하게만 느껴질 때도 부지기수죠. 


그래도 제가 꾸준히 글을 쓰고 SNS에 올리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다시 쓰고 올리는 일을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에서 '단맛'이 나게 도와주던 훌륭한 선생들 - 이오덕, 김동렬, 데릭 젠슨, 마이클 샤프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쓰기라는 쓴 약을 달게 삼킬 수 있게 도와준 선생들의 리스트에 오늘 한 명 더 추가합니다. 


문장수리공, 김정선


지난 주말에 그가 4년 만에 쓴 책, <열 문장 쓰는 법>을 읽었습니다.


출처 : Yes24의 책 소개 카드 뉴스


한국어로 된 문장을 쓰려고 할 때 느꼈던 어색함과 고민을 풀어주는 팁들이 달달하리만큼 잘 녹아 있었습니다. 

155페이지 밖에 안되는 얇은 책인데 고농축 엑기스를 마신 기분이 다 들더군요.


왠지 읽기만 해도 내 문장이 건강해지는 느낌? 


이제, 책을 읽으면서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대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도 주말에 시간 나실 때,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우리가 바라는 건 최소한 열 문장 정도는 큰 문제 없이 써 내려가는 거잖아요. 매번 열 문장 정도만 무리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다면 한 편의 글을 쓰는 일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여겨질 테니까요. 그다음은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거고요.

-들어가는 글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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