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멤버 (2)

02. 몰랐었어, 네가 그렇게 예쁜지

5. 결혼식장 로비, 실내, 낮

민준이 결혼식장 로비에 들어오는데, 민준을 향해 현철(남, 30대)이 손을 흔든다.

현철은 후줄근한 파란 넥타이를 매고 있다. 현철은 덩치가 크고 푸근한 인상이다.

현철:

야, 아는 얼굴 아무도 안 와서 좀 그랬는데 다행이다.

민준:

예식이 1시인가?

현철:

아직 20분 남았는데 밥부터 먹을래? 영수도 온다고 했는데 기다릴까?

민준:

일단 속도위반한 신랑 얼굴 좀 보고.

현철:

알았어. 난 식당 가있을 테니까, 있다 보자.

(아래층 계단으로 가버린다)

민준:

하여간 저 인간 행동력 하나는 알아줘야 해. 덩치에 안 맞게 참.

현철:

(계단 아래쪽에서 위를 보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양반아.

 

6. 몽타주, 실내, 낮

  (1) 승강기 앞, 실내, 낮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엘리베이터 앞.

승강기가 열리자 민준도 승강기에 오르는데 타자마자 경고음이 난다.

정원 초과다. 민준이 머쓱한 표정으로 내린다.

  (2) 계단, 실내, 낮

민준은 고개를 돌리자 계단이 보인다.

민준이 계단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뛰어간다. 넥타이가 휘날린다.

2층에 도달한 민준 앞으로 웨딩드레스 차림의 신부가 지나간다.

민준이 뛰어가며 고개를 돌려 신부를 바라보는데 신부와 눈이 마주친다.

신부의 얼굴이 드러나면 예전 여자 친구였던 보라다.

놀란 표정의 민준.

순간 환청. 술 취한 보라의 목소리.

보라:

(V.O) 오빠, 달려. 달려! 계속 달려!

보라도 민준을 알아본다.

말없이 미소만 지은 채로 승리의 브이를 보여주는 보라.

그녀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유유히 사라진다.

당황한 민준이 걸음을 멈추는데 내려오던 사람과 부딪힌다.

일그러진 민준의 얼굴. 넥타이가 더 풀어져있다.

7. 결혼식장 내부, 실내, 낮

보라가 우아하게 부케를 던진다.

부케를 잡으려는 여자들의 수많은 손들. 아수라장이다.

누군가 부케를 잡으려는 순간.

8. 결혼식 피로연장, 실내, 낮

현철이 음식을 겹겹이 쌓은 접시를 가지고 와서 자리로 다가온다.

자리에 앉은 민준이 넥타이를 고쳐 맨다.

민준이 현철의 엄청난 음식의 양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현철:

야, 생각보다 빨리 내려왔네? 신랑 신부 얼굴은 봤고?

민준:

아니, 가는 길에 자빠져가지고. 일단 밥 먹고 보려고.

현철:

(자리에 앉으며) 자빠져? 왜? 다쳤어?

(민준의 얼굴을 살핀다)

민준:

그냥 그런 게 있어.

근데 너는 결혼식을 온 거냐, 밥을 먹으러 온 거냐?

현철:

타이밍 봐서 직장 동료, 친구들 사진 찍을 때 옆에 있으면 만사 오케이야.

어차피 맨 마지막에 올라가는 게 우리 순선데.

뭐 우리가 결혼식 처음 오냐?

후딱 먹고 세 접시는 돌아야 프로 하객이지.

민준:

너는 참 인생 자체가 참 전략적이야.

현철:

결혼식 때 제정신인 인간은 아마 재혼하는 사람뿐일걸?

너라면 결혼식에 누가 왔는지 기억이 날 거 같아?

이런 날엔 사진으로 증거만 남기면 되는 거라고.

눈도장 찍으면 바로 식당으로 달려와서 먹어주는 게 남는 겁니다.

민준:

너의 그 실용적 사고관은 진짜 리스펙이다.

현철:

(미소) 사는 게 뭐 있나? 알아서 잘 먹고 잘 놀다 가는 거지.

또 오늘 내가 2인분을 먹는 데는 또 이유가 있기도 하고.

아! 맞다! 근데 아까 밥 먹을 때 보니까,

다른 층에 결혼식 신부가 보라 같던데?

맞나…? 너 혹시 봤냐?

민준:

야, 밥이나 먹어.

현철:

오, 보라 맞구나! 어쩐지. (미소)

이야! 전여친의 결혼식에 온 전남친이라 뭔가 로맨틱한데.

(수저를 마이크 삼아 노래를 흥얼거린다)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민준:

(포크를 들며 위협하며)

결혼식에서 친구한테 포크로 찍힌 뉴스 한 번 볼래?

민준을 놀리는 게 즐거운 현철의 얼굴. 자막 “멤버2. 현철”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