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아는 여자
15. 결혼식장 앞, 실외, 오후
민준이 주차권을 손에 쥐고
허탈한 걸음으로 결혼식장을 빠져나온다.
민준의 넥타이가 꽤나 풀어져있다. 피곤한 얼굴이다.
민준:
(N) 이건 결혼식이 아니라 전쟁터다.
한 시간 뒤엔 결혼식이 또 하나.
이러다 결혼도 못 해보고
남의 결혼식만 다니다가 죽는 건 아닐까?
순간 민준 앞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웨딩 카.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전여친 보라.
차가 지나간 뒤, 완전히 넋나간 민준의 얼굴.
민준이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려는데
주리:
(V.O) 저기요.
민준이 뒤를 돌아보면 주리(여, 20대 후반)가 서있다.
아주 예쁘다.
살짝 들뜬 주리의 얼굴.
주리:
선배 맞네요. 보라 언니 결혼식이라서
혹시나 오셨을까 했는데.
민준:
아니, 보라 보러 온 게 아니고 다른 결혼식에 온 건데…
주리:
아, 그랬구나. (사이) 저기, 선배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민준:
어, 그래. 오랜만이네.
주리의 손에 부케가 보인다.
주리가 민준의 얼굴을 유심히 오래 바라본다.
민준이 당황한다.
순간 주리의 손에서 부케가 땅에 떨어진다.
주리가 민준에게 다가간다.
긴장한 민준.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가깝다.
민준이 키스라도 하는 줄 알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정작 주리는 민준의 넥타이를 고쳐 매준다.
주리:
(미소) 은근 허당인 건 여전하네요.
민준:
(눈을 뜨며) 어? 어…
민준과 주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주리:
저… 선배, 우리 차라도 한 잔 할까요?
민준:
아, 근데 나 결혼식이 하나 더 있어서.
주리:
아. 그렇군요. (아쉬워하며) 그럼 나중에 연락주세요.
주리가 곱게 인사를 하고는
떨어진 부케를 들고 걸어간다.
민준이 고심하다가 주리를 향해
민준:
주리야.
(조금 더 크게) 주리야.
주리:
(뒤를 돌아본다) 네?
민준:
생각해보니까 나 너 전번도 모르는데.
우리 차부터 마시자.
내가 지금 남의 결혼식에 갈 때가 아닌 거 같다.
주리:
(빙긋 웃는다)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