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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27. 2024

결혼식의 멤버 (7)

07. 건어물남의 연애세포 부활


16. 카페, 실내, 낮


햇살 좋은 창가 쪽 자리에 민준과 주리가 마주보며 앉아있다.


민준:

하나, 둘, 셋!


민준, 주리:

(동시에) 찍먹!


화면이 분할되어 두 사람이 얼굴. 클로즈업(C.U).


주리:

하나, 둘, 셋!


민준, 주리:

(동시에) 짜장! (둘 다 미소를 짓는다)


민준:

하나, 둘, 셋!


민준, 주리:

강아지!


주리:

하나, 둘, 셋!


민준, 주리:

반민초! (두 사람이 신난 표정이다)


주리:

진짜 잘 맞는다, 우리.

(미소) 자, 이제 마지막이에요.

(기대에 차서) 하나~, 둘~, 셋!


민준:

치킨!


주리:

(거의 동시에) 피자!


민준, 주리:

(안타까워하며) 아…


민준과 주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아쉬워한다.

털썩 뒤로 기대는 주리.


민준:

(잠깐 주저하다가) 그럼 저녁은 피자로 할까?


주리: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요. 대신 다음번엔 치킨 먹어요.


민준:

응.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주리:

딱 좋은데요. (웃는다)


민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행복에 취했다.)



 17. 건물 복도/거리, 실내/실외, 낮


민준과 주리가 카페 밖으로 나와 건물 복도로 나온다. 주리가 잠시 주위를 살핀다.


주리:

저 화장실 좀.


민준:

어, 그래.


주리:

선배 죄송한데, 이것 좀 잠깐 맡아주세요.

(부케와 가방을 건넨다)


민준:

(어색) 어어, 그래.


주리가 화장실 쪽으로 간다.

민준이 혼자 부케와 가방을 들고 서있다.

멍하니 있다가 부케를 들어 꽃향기를 맡는 민준.

순간 행인이 민준 앞을 지나가자 얼른 부케를 내린다.

행인이 사라지자 민준이 다시 슬쩍 꽃향기를 맡는다.


민준: (N)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연애하는 거 같다.

전에는 남자들이 여자 핸드백 들고 있는 거 보면

좀 바보 같아 보였는데,

막상 내가 이러니까 되게 설레는 게… 좋다.

말라비틀어진 건어물 같던 내 연애세포가

흠뻑 물기를 머금은 느낌? 좋아.


주리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민준에게 다가온다.

민준이 얼른 부케를 내린다.

다가오는 주리의 손에는 못 보던 핸드폰을 들려 있다.


주리:

오빠 많이 기다렸죠? 근데 이거… 화장실에 핸드폰이 있는데. 어쩌죠?


민준:

어? 이거 도로 갖다 놓는 게 낫지 않나?


주리:

그럴까요…? (순간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민준:

(받으라고 주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주리:

여보세요.


전화남:

(V.O) 야, 너 누구야?

(잔뜩 화가 난 목소리) 내 폰 훔쳐가니까 좋냐?

너 당장 좋은 말로 할 때 원래 있던 데로 놔둬라.

지금 어디야?


주리:

저기요. 죄송한데요. 이게…


전화남:

(V.O) 말로만 죄송하면 다야? 너 그거 당장 그대로 있어. 너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


주리:

(난처해하며 폰을 내리고는) 어쩌죠?


민준:

(폰을 달라고 손짓해서 받은 뒤) 여보세요?

(전화를 건네받고는 가방을 주리에게 돌려준다)


전화남:

(V.O) 넌 또 어떤 놈이야? 니들 사례금이니 뭐니

받을라고 남의 폰을 훔치는 애들이니?

아주 인간 말종이네, 이것들.


민준:

(차분한 목소리) 저기,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폰이 여자 화장실에 있는 거부터 정상은 아닌 거 같은데요.


전화남:

(V.O) 뭐라고? 그게 왜 거깄어?

너 지금 쫄리니까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 아냐?

내가 몇 번을 걸었는데 이제 받아놓고선

괜히 이상한 소릴 하고 있어!

너 내가 몰카범이라도 된다는 거냐?


민준:

(바로 전화를 끊으며) 재밌는 사람이네.


민준이 폰을 가지고 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민준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의 주리.


민준이 무언가를 찾는지 거리를 두리번거린다.

주리가 민준을 따라 얼른 밖으로 뛰어나온다.

다시 벨이 울리지만 민준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민준의 시선에 빨간 우체통이 들어온다.

민준이 성큼성큼 다가가 핸드폰을 우체통에 넣어버린다.

우당탕, 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민준이 주리에게 다가가며 슬쩍 웃는다.

우체통 안에서 여전히 벨소리가 울린다.


주리: (혼잣말) 멋져.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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