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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24. 2024

결혼식의 멤버 (1)

01. 우정의 값어치


1. 결혼식장, 실외, 오후


따스한 햇살 아래 보이는 신부의 뒷모습.

야외 예식장의 화려한 꽃길.

결혼 행진곡에 흘러나온다.

천천히 신부가 우아한 걸음으로 식장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이 신부를 쳐다본다. 천천히 얼굴이 드러나려는 찰나.



 2. 도로, 실외, 오후


요란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차로 꽉 막힌 도로.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는 신호등.

횡단보도 앞에 정차된 민준의 차.

민준(남, 30대)은 핸들을 두드리며 초조한 표정이다.


민준:

 (N) 토요일엔 항상 길이 막힌다. 오늘 결혼식만 두 군데다. 남들은 주말에 데이트하느라 바쁘다던데.  


민준은 답답한지 넥타이를 살짝 풀어본다. 횡단보도를 바라보면 젊은 남녀 커플이 보인다.

어린 여자가 남자의 등에 업혀있고, 여자가 폰을 꺼내 귀여운 포즈로 사진을 찍으려 한다.

여자를 업은 남자도 핸드폰 쪽으로 돌아보며 여자를 따라 웃는다.


민준:

(혼잣말) 좋을 때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순간 파란 불로 바뀌는 신호등. 하지만 민준은 커플을 지켜보느라 신호등이 바뀐 줄 모른다.

뒤에서 신경질적인 자동차 경적.


민준:

알았다고요. 알았어요. (기어를 바꾸는데)


보라:

(V.O) 오빠 안 가고 뭐 해?


민준이 뒤를 돌아본다. 자막 “멤버 1. 민준”



3. 주택가 거리, 실외, 밤 (회상)


고주망태가 된 보라(여, 20대 후반)를 민준이 업고 걸어간다.

힘겨워하는 민준.


보라:

진짜 오빠 땜에 힘들어 못 살겠다.

오빠 주변에 여자도 너무 많고, 술값은 너무 비싸고, 돈은 없고 (횡설수설) 오빠, 달려! 막강 캠퍼스 커플 합체!


민준:

야, 막강이 아니라 막장이다. 막장 커플. 힘든 건 니가 아니라 나라고.


보라: 

달려라, 김민준!

(팔을 젓는다) 파이팅, 김민준! 렛츠 고! 달려!


민준:

보라야, 쫌.



4.  현금인출기, 실내, 낮


ATM에 길게 늘어선 줄.

현금을 찾고 있는 바로 앞 쪽을 슬쩍 쳐다보는 정장차림의 민준.

초초한 듯 시간을 확인한다.

드르륵, 돈 인출되는 소리.

앞사람이 빠지고 민준이 현금인출기 앞에 선다.

굳은 표정으로 민준은 축의금을 얼마를 할까를 고민한다.

출금 화면에서 3만원, 5만원, 10만원에서 갈팡질팡하는 민준의 손가락.


민준:

(N) 우정의 크기만큼 축의금 금액이 비례하는 게 맞겠지만, 이런 일엔 변수가 많다.

유독 결혼식이 많은 이번 달,

그리고 월말엔 무시무시한 카드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친했던 건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전화한 녀석이 괘씸한 것도 사실이다.

이 우정의 값어치는 얼마인가?


결심한 민준,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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