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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31. 2024

결혼식의 멤버 (10)

10. 요양원


23. 도로, 실외, 오후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민준이 운전하고, 옆에는 현철이 앉아있다.

자막 “1년 후”


현철:

근데 가는 길에 뭐라도 사가야 되는 거 아니냐?


민준:

절대 암 것도 사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뭐 들고 오면 면회사절하시겠대.


현철:

근데 걔가 담배는 좀 폈어도 술은 안 마셨잖아?

갑자기 요양원은 뭐야?


민준:

그러니까 미스터리라는 거지, 내 말이.


현철:

(팔짱을 끼며) 아아, 뭔가 서글프네.

이제 우리도 건강에 신경써야하는 나이가 된 건가?


민준:

일단 가보자고. 가보면 알겠지, 뭐.



 24. 요양원 주차장, 실외, 오후


민준이 천천히 후진으로 주차를 하는데,

현철이 문득 생각난 듯 물어본다.


현철:

근데 너 연애 하냐?


민준이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차가 한 차례 출렁거린다.


현철:

야야, 살살해.


민준:

너 무슨 심령술 배우냐?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현철:

차가 너무 깨끗해졌잖아. 너답지 않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도 다르고.


민준:

못 당하겠네, 진짜. (다시 후진을 하고 차를 세운다)


현철:

누구시냐, 상대가?


민준:

(침묵한다)


현철:

알았어. 묵비권 행사하시고요. (나가려고 차 문을 여는데)


민준:

(주차 브레이크 올리면서) 주리.


현철이 다급히 문을 쾅 닫는다.

본격적으로 취조하겠다는 분위기다.


현철:

뭐? 내가 아는 주리? 우리 과 후배 주리?


민준:

응. 보라 결혼하는 날 왔더라.


현철:

와. 완전 특종이네, 특종.

전여친 결혼식에서 현여친을 만나?

잠깐, 그럼 뭐야? 무려 1년을 넘게 사귄 거네?

오, 이번엔 의외로 오래 가네.


민준:

그런 셈이지, 뭐.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현철:

오, 드디어 너도 유부클럽으로 오시겠다?

(장난스럽게)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민준:

야, 왜 결혼한 놈들은 열에 일곱은 결혼을 하지 말라는 거냐?


현철:

그건 말이다.

사랑과 결혼이 아예 다른 차원의 사건이거든.

문제는 그걸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요.

타인은 지옥이다, 이 말씀이거든.


민준:

너무 부정적인 거 아니야?


현철:

그건 니 말이 맞아.

우리 샤르트르 선생님께서 타인은 지옥이다

이렇게 말씀은 하셨어도, 사람이라는 게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결국 저절로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

인간은 외로운 걸 못 참거든.

그게 비극의 시작이며 동시에 희극의 시작이지.


민준:

아. 한마디로 어려운 문제란 소리네.


현철:

세상에 쉬운 일이 없어요.

국가 교육과정에도 결혼 생활 잘 하는 법은 안 가르치거든.


민준:

(피식 웃는다) 그러네, 정말.


현철:

오늘은 아주 시작부터 아주 쇼킹하네.

일단 이 인간 면회 좀 하고,

가는 길에 남은 썰 좀 들어보자.


민준:

뭐 그러시던가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다. 주위를 살펴보는데

허름한 요양원이 보이고 사방이 고요하다.

현철과 민준이 요양원 쪽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수액걸이에 링거를 꽂고

환자복을 입은 채로 걸어오는 영수가 보인다.

영수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링거 반대편 손을 들어 보인다.


현철, 민준:

(동시에) 뭐야? 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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