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배우지 못한 아이였다.
부모는 있었지만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어른은 없었다. 다섯 식구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아빠를 도와 엄마는 일을 시작했다. 엄마의 부재와 아빠의 감정 널뛰기 속에서 삼 형제는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나갔다.
아빠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 엄마와 우리는 조용한 집을 만들어야 했다. 아빠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늘 조용히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엄마는 우리의 입을 다물게 했다.
생계 최전선에서 자신들의 온몸을 갈아 넣어 삼 형제를 키운 부모의 희생을 사랑이라 느끼기엔 우리는 어렸다. 술만 먹으면 사랑한다는 말과 표현을 하는 아빠의 사랑 표현 끝에는 결국 비난과 폭력이 잇달았다.
엄마는 힘겨운 삶의 무게를 하소연으로 나와 동생들에게 쏟아냈다. 그렇게라도 삶을 부여잡고 싶었던 엄마의 입에서 나온 아빠의 험담을 들으며, 우리는 사랑보단 원망과 미음의 감정을 먹고 자랐다. 그렇게 사랑을 배우지 못한 나는 불안을 키우며 어른이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상대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랑을 자주 확인했고, 확인받고 싶었다. 불안의 덩어리는 점점 커져 결국 이별이란 아픔을 돌려받아야 했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도 나는 내 연애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두 번의 이별이 끝나고 만난 남자 친구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나의 불안을 이해와 기다림, 사랑으로 돌려준 남자. 그가 지금의 남편이다. 사랑도 배워야 한다는 걸 남편을 통해 조금씩 배워간다. 사랑은 내가 나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상대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사랑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이제 사랑을 배워가는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