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의 신호

by 고니비니SN



예고도 없이 찾아온 작은 씨앗.

아이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은 그날, 나의 고민과 불만은 썰물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열 달 동안, 아이와 건강하게 만나길 손꼽아 기다렸다.


회사에 출산 소식을 전하지 않은 어느 날, 화장실을 다녀 온 후 피가 묻어 나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일하던 중, 임신 사실을 먼저 알린 후배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주영아,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피가 나왔어.”

그 말을 들은 주영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언니, 지금 임신 중 아니에요? 그럼 피가 나오면 안 되잖아요.”

그제야 문득, 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무장님..... 제가.... 몸이....”

내 말을 들은 사무장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임신했어?”

“네... 그런데 지금 피가 나와요.”

내 말에 놀란 사무장님은 곧장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다니던 산부인과는 회사에서 가까웠다. 급히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의사 선생님의 평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놀라셨죠? 아직 초기라 자궁이 불안정해서 부정출혈이 난 건데 걱정하지 말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엄마가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혹시 아이도 알았던 걸까?

그래서 자신의 존재을 알리려고 엄마에게 신호를 보냈던 걸까?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나에게 온 아이를 꼭 지켜내겠다고.



어릴 적 부모에게 배운 책임감의 무게는 나를 날아오르지 못 하게 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나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를 알려준 아이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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