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마, 작은 심장

by 고니비니SN

입덧은 임신하면 겪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일찍 시작된 입덧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졌다. 결국 물까지 게워냈다. 그런 중에 복숭아가 먹고 싶었다.

남편은 한겨울 복숭아를 찾아 헤맸다. 복숭아 3개를 손에 들고 돌아온 남편의 얼굴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내 주먹만 한 크기 한 개에 15,000원이나 하는 복숭아는 나에게 생명수였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한 입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임신 6개월쯤, 문득 감자탕이 먹고 싶었다. 엄마와 남편과 함께 가게로 향하던 길, 갑자기 아랫배가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이후 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삶을 선택했다.



불안감은 또다시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통증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배가 이상해. 병원 가 봐야 할까?”


하지만 매일 통증에 예민하던 아내의 말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남편은, 무심하게 말했다.

“자기가 예민해서 그래. 며칠 전에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잖아.”

남편의 말에도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던 중, 그분의 목소리가 떨렸다.

“산모님, 유산 증상이 보입니다. 지금 아기 나오면 대학 병원에서도 어렵습니다. 당장 입원하세요.”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딸의 모습에 엄마는 애써 침착하려 애쓰며 말했다.

“괜찮아, 무조건 괜찮아.”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곧바로 입원실로 올라가 온몸에 기계와 주사가 달렸다. 배가 뭉칠 때마다 기계의 계기판이 널뛰기를 시작했다. 유산 방지 주사가 혈관을 타고 들어올 때, 나는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아이가 잘못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남편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거 봐, 내가 이상하다 했잖아. 병원 조금만 늦었으면 우리 아기 잃었어.”

내 울먹임에 남편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따뜻함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가 조금이라고 힘을 낼 수 있길 바랐다.



입원 중에 눈 만 뜨면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수치가 오를 때마다 덩달아 나의 심장도 함께 날뛰었다. 눈알이 건조해지도록 지켜보며 기도했다.

“제발, 아이만 살려주세요.”

소리 없는 기도는 3박 4일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매일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에게 속삭였다.

“수박아, 네가 엄마, 아빠 살렸어. 고마워.”

태어나기도 전에 큰 효도를 한 아이.

세상 누구보다 강한 너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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