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라는 선물

by 고니비니SN

아이가 태어난 지 어느덧 100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디작은 투룸 신혼집은 기저귀, 아기침대, 젖병 소독기 같은 육아용품으로 가득 찼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아이를 혼자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딸을 위해 친정엄마까지 포함하여 네 식구가 좁은 방 안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지내야 했다. 남편은 1.5인용 침대에서 잠을 자고, 엄마와 나 아이는 바닥에서 지그재그로 잠을 자야 했다. 숨 쉴 틈 없는 일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고단한 건 남편이었다. 하루 왕복 3시간의 장거리 출퇴근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했다. 하지만 남편은 단 한 번도 출퇴근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결국, 남편과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남편 회사와 친정집의 중간 지점에 새집을 구했다. 신혼집은 풀 옵션이었기에 가구가 없었지만, 새집은 빈집이었다. 그래서 셀프 이사를 하기로 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1톤 화물트럭을 빌려왔고, 예상보다 많았던 짐은 두 번에 걸쳐 나르게 되었다. 무거운 박스와 땀으로 젖은 옷, 아기 짐을 옮기며, 우리 가족의 새로운 시작에 행복했다.



새집은 7층 주인 세대였다. 방이 세 개, 작은 거실 하나, 우리 가족이 쓰기에는 충분히 넓은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첫 입주자라는 사실이 설레게 했다. 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지내다 넓은 집으로 들어오니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이삿날, 집 안에 가득 쌓인 정리되지 않은 짐들을 보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아이도 돌봐야 했다.

그럼에도 하나씩 정리를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거실 한가운데에 알집 매트를 펴고, 방 안에는 아기 매트를 펼쳤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기가 자유롭게 뒹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무엇보다 그동안 좁은 바닥에서 불편하게 주무시던 엄마가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주무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하루가 끝난 밤,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니, 이사로 인한 피로가 씻겨 내려갔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사는 우리 가족에게 여유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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