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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08. 2021

개구리 알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

만지고 느끼고 즐기는 시골 라이프 중입니다.

주말이면 코로나로 사람들 많은 곳은 못 나가고 아이들과 주말의 영화 한 편을 골라보는 것이 아파트에 살 때 일상이었다. 자꾸만 뛰니까 아래층에 피해가 갈까 혼내다 지쳐 또 틀어주게 되는 것이 텔레비전이었다. 그렇게 티브이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유년의 모습이 싫어서 시골로 내려왔으니, 주말이면 날이야 어떻든 밖으로 나가자! 멀리 가지 말고 집 앞 개울가에 도시락 싸서 나가자.


동글동글 주먹밥을 만들고,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컵라면도 하나 챙겼다. 이렇게 쌀쌀한 봄날이면 따뜻란 라면 국물은 필수니까!


3월 첫째 주의 봄바람은 이렇게 쌀쌀맞는구나, 싶을 정도인데 아이들은 또 윗도리를 휙 던져놓고 도시락부터 꺼내 먹는다. 역시 컵라면의 따뜻한 국물은 외출에 최고의 보온재가 되어 준다. 후딱 배고픔만 채우고 놀고 싶어 도시락 먹는 조그만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엄마 여기서 밥 먹으면서 보니까, 저기 몽글몽글한 게 딱 알 같아 보여. 아마 알 맞을 거 같아!"


후딱 뛰어가 바위 사이 고인 물을 보던 아이들은 정답을 맞혀서 신이 난 듯 소리소리 지르며 다시 뛰어 온다. 종이컵을 가져가 다른 고인 물로 이사를 시켜주기도 하고, 이 알이 개구리 알인지 도롱뇽 알인지 추리하기도 한다. 환 공포증이 있어 동그란 점들이 규칙적인 배열로 뭉쳐 있으면 소름이 끼치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아름다운 알이라며 난리가 났다. 내가 알을 유난히 싫어하는 것을 알고 둘째는 등 뒤로 컵에 담긴 알을 숨기고 실실 웃으며 다가온다.


"엄마, 이건 선물인데 알이 아니고 엄마가 좋아하는 새우야!"

이미 아이의 말에 답이 딱 나오는데 아들은 엄마를 제대로 속였다고 생각하는 듯 자신만만한 웃음을 만면에 짓고 있다. 일부러 기겁하는 표정을 지어주자 아이는 너무나 행복하게 웃었다.


그래. 내가 자연 속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이거였어. 아이들 얼굴, 말투, 웃음에 가득 스며든 생기!


"엄마! 알을 만지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부드럽고 사랑스럽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글로만 배우는 세상이 아닌, 너희가 보고 느끼고 만지는 너른 자연에서 배우는 세상.


돌이켜보면 내가 아는 자연에 대한 지식과 만남은 거의 요만한 때 유년의 시기에서 모두 이루어졌다. 학교에 다니면서는 배울 공부가 너무 많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니까 자연 말고 더 알아야 할 인간의 삶과 책 속의 삶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오감으로 만나는 세상은 사치였고 또 시간 투자에 비해 너무 비루했다. 지친 삶에 잠깐의 위로가 될지언정, 내 생계나 직장인 자기 계발에 큰 도움이 안 되니까.


아이를 키우며, 가장 오감이 발달하고 너그러운 시기일 때 자연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그 속에서 자라길 바랐다. 너무 일찍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불편함을 못 참을 삶을 살기 원치 않았다.


주말마다 만나는 자연도 참 좋았지만, 하루 온종이 만나는 자연은 더 좋음을 알기에 우리는 꾸역꾸역 시골 살이를 시작했는데, 일주일 차, 아직은 그 누구도 도시의 집이 그립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낡고 불쌍하게 생겼다는 말은 할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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