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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May 06. 2022

# 14. 책임감이란?

득조가연(得肇佳緣):비로소 아름다운 인연을 만났다

# 14. 책임감이란?

# 14. 책임감이란?



정미와 정호가 사랑을 시작한 지도 1년 하고도 10개월.. 그들의 사랑은 아직도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들은 그들의 일에 최선을 다했고 일이 마치면 늘 정호의 집에서 만났다.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고.. 그들의 하루는 늘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정미: 오빠, 오빠는 이제 나 안 시시해?

-정호: 그게 무슨 말이야?

-정미: 음... 우리 사귄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에 대한 감정이 여전하냐 그거지..

-정호: 넌 나 이제 지겨운가 봐?

-정미: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너무 오래 만났다고 자기가 나 질려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어서..

-정호: 인마, 내가 너 입학할 때부터 좋아했었는데, 4년을 맘속에 두다가 이제 겨우 2년도 안됐는데 싫어질 리가 있어?

-정미: 진짜? 진짜 나 1학년 때부터 좋아했어? 진짜? 나돈데...

-정호: 거짓말할래? 짜식이...

-정미: 진짜라니까?

-정호: 이래도 계속 거짓말이야?

정호는 정미의 옆구리를 입으로 깨물었고 정미는 간지러움에 몸을 움츠렸다.

늘 장난스럽지만 또 진지한 그들은 미래를 약속했고 미래를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했다.




멍하니 모니터를 보던 정미..

전화 벨소리에 정미는 깜짝 놀랐다.

-정미: 여보세요?

-정호: 난데, 오늘 늦을 거 같아. 어떡하지? 늦더라도 데리러 갈 테니까 기다릴래?

-정미: 아냐. 버스 타고 먼저 가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운전이나 조심해..

-정호: 알았어.. 있다 봐.. 사랑해요~~

-정미: (작은 소리로) 나도 사랑해~~

정미를 쳐다보던 입사동기 미영은 정미를 쳐다보고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정미는 미영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주고는 다시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봤다.

점심때가 되고 미영은 정미를 쳐다보며 고개를 시계 쪽으로 가리켰다.

-정미: 오늘 점심엔 뭐 라디?

-미영: 글세 육개장이라던가? 내일이 육개장이었나?

-정미: 육개장? 허윽...

-미영: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정미: 모르겠어. 갑자기 왜 이렇지...

-미영: 가자 밥 먹으러...

-정미: 그래.. 가자...

정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간 어지러워 자리에 다시 앉았다. 정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미영: 정미야 괜찮아? 너 얼굴 왜 그래?

-정미: 왜 이렇지? 체한 거 같기도 하고.. 왜 이렇게 어지럽지?

-미영: 괜찮겠어?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냐?

-정미: 아냐.. 그냥 잠깐 어지러운 걸 꺼야.. 가자.

정미와 미영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속이 계속 메스꺼웠다.

-정미: 미영아 그냥 먼저 가. 나 속이 너무 안 좋아서 약국부터 가야겠어.

-미영: 같이 가. 너 얼굴이 너무 안 좋아. 약국 갔다가 나 혼자 밥 먹으러 가면 되지 뭐..

-정미: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미영: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가자..

미영은 정미의 손을 부축하듯 잡았다. 정미는 미영이 너무 고마웠다.



약국에 들어서자 정미는 인상을 썼다. 약국의 특이한 약 냄새가 정미의 코를 자극했다.

-정미: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그렇는데 소화제 좀 주세요.

약사는 중년의 여자였다.

-약사: 속이 어떻게 안 좋으세요?

-정미: 그냥 좀 메스꺼워요. 뭐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는지 모르겠네요.

약사는 정미를 빤히 쳐다봤다.

-약사: 혹시 마지막 생리 언제 했는지 기억하세요?

-정미: 네??

-약사: 아까 약국 들어서자마자 인상 쓰는 거 보니까 딱 입덧 같아서요.. 우리 큰애 임신했을 때 나 같아서...

-정미: 네?? 입덧요?

미영과 정미는 서로 놀랬다. 입덧이라니..... 그러고 보니 생리할 때가 한 달이 훨씬 지난 거 같았다.

정미는 날짜를 생각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사는 소화제 대신에 임신테스트기를 내밀었고 말을 이었다.

-정미: 사용방법은 아시나요? 제일 정확한 건 아침 소변으로 하시면 되는데 지금 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연하게라도 선이 생기면 임신인 거니까 산부인과 가보시고요.

정미는 그 자리에서 그냥 굳어 버렸다. 임신 이라니.. 임신 이라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임신이라니..

미영은 임신 테스트기를 받아 들고 계산했다.

-미영: 정미야.. 가자.. 뭐해?

-정미: 말도 안 돼...



미영은 정미의 손을 잡고 회사로 다시 들어갔고 2층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잘 사용하지 않는 층이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매일 청소하는 터라 화장실은 어느 층에 있는 화장실 보다 깨끗했다.

정미는 아직도 멍한 상태로 서있었다.

미영은 정미의 어깨를 꽉 잡고는 테스트기를 손에 쥐어주고 화장실로 들여보냈다.

정미는 테스트기를 뜯었다. 은색 봉투에 들어있는 긴 테스트기를 꺼내 들고 보라색 뚜껑을 열었다. 속옷을 내리고 테스트기를 변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정미는 비명을 질렀다.

-정미: 이건 말도 안 돼.. 말이 안 돼.. 이게 뭐야..

-미영: 왜 그래? 어떻게 됐어?

정미는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미영은 정미가 들고 있는 테스트기를 보고는 다시 정미를 한번 쳐다봤다.

-정미: 이건 말도 안 돼...

-미영: 뭐가 말도 안 돼.. 조심 좀 하지 그랬어. 피임 기구 많잖아.. 너 이제 어쩔 거야?

-정미: 어쩌긴 뭘 어째... 씨~~ 난 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결혼도 안 하고 이게 뭐야.. 진짜.

-미영: 결혼이야 애인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만.. 너 지금 보니 입덧 장난 아닐 거 같은데.. 어떡할 거야? 일 괜찮겠어? 우리 큰 언니도 입덧 심해서 회사 그만뒀는데.. 지금은 좀만 버틸걸 후회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으니까... 넌 괜찮겠어?

-정미: 나도 그만둬야 되는 거야? 아.. 이게 뭐야...

-미영: 일단 진정하고..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일 수도 있잖아.. 산부인과부터 한번 가봐.. 너 아프다고 할 테니까 조퇴하고.. 병원부터 가서 정확하게 임신인지 아닌지부터 알아봐.

-정미: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해줘..

미영은 정미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와 가방을 쥐어주고는 어딘가 전화를 걸고 수화기를 정미에게 건넸다.

-미영: 뭐해? 받아!

-정미: 어? 어... 여, 여보세요? 과장님.. 저 죄송한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 좀 가보려고요. 조퇴해도 될까요?

정미는 과장과 통화하고는 수화기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미영: 이것아! 정신 차려!! 혼자 가기 무서우면 같이 갈까? 이런 건 니 애인이랑 가는 게 맞는 거지? 얼른 가봐.

정미는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미영은 정미를 정문까지 배웅했고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정미는 사실이 아니길 기도했다.

정호 집 근처에 큰 산부인과가 있었기에 그리고 향했다.

난생처음 가보는 산부인과.. 정미는 무서웠다.

접수를 하고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내내 초조했다.

-간호사: 최정미 님? 최정미 님?

-정미: 아 네, 여기요..

-간호사: 이쪽으로 오세요..

정미는 간호사를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정미: 생리 안 한 지가 한 달이 넘은 거 같아요..

-의사: 정확히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죠?

-정미: 지 지난달 15일쯤에 끝난 거 같기도 하고요.. 신경 안 쓰고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의사: 일단 진료부터 해 볼게요. 안으로 들어가세요..

정미는 간호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간호사: 여기 커튼 뒤에 보시면 치마가 있어요. 속옷까지 다 벗고 치마만 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정미: 네?.. 아네..

커튼 뒤 옷걸이에는 치마가 걸려 있었다.

정미는 치마와 속옷을 벗고는 풍덩한 병원 치마를 걸치고 쭈뼛쭈뼛 밖으로 나왔다.

-간호사: 이리로 올라오시면 되세요.. 가운데로 들어가셔서 엉덩이 들어 올리면 됩니다.

침대라고 표현하기에는 이상한 침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침대였다.

가운데로 올라가 앉으니 간호사가 다리를 양쪽에 올려놓았다.

정말 창피했다.

이런 자세로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 자.. 힘 빼시고요.. 초음파 한번 해보겠습니다. 힘 빼세요.. 그냥 편하게 기대 있으시면 됩니다.

의사는 초음파 기구를 안으로 쑤욱 밀어 넣었다.

정미는 순간 허벅지에 힘을 주었고 의사는 계속 힘을 빼라고 했다.

-의사: 임신 맞으시네요.. 크기를 보니까 6주 정도 된 거 같습니다. 축하드려요. 다른데 이상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정미는 무서운 경험이었다. 다리를 벌린 자세로 몇 분을 있었을까....

-의사: 수고하셨어요. 내려오시면 됩니다.

정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커튼 위로가 속옷을 입고 치마를 다시 갈아입었다.

-간호사: 이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의사: 임신 축하드리고요, 초기라 많이 조심하셔야 합니다. 첫애시죠?

-정미: 네? 네...

-의사: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료 오셔야 되고요, 막달에는 두 번 오실 거예요. 오늘은 피검사와 소변검사하시고 가시면 되세요. 항체나 간염검사하는 거니까 결과는 일주일 후에 다시 오셔도 되고 전화로도 저희가 연락드리기도 합니다.

-정미: 알겠습니다....

정미는 간호사의 안내대로 검사실로 가서 피를 뽑고 소변을 받아 검사실로 넘겼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제 겨우 취업하고 일 시작한 지 2년도 안되었는데.. 임신 이라니..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되지? 아.. 오빠는 뭐라고 할까?

정미는 걱정에 걱정이 앞섰다.




한참을 멍하니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고 정호의 집으로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클락션을 울렸다.

정미는 생각에 잠겨 있느라 소리를 듣지 못했다.

누군가 정미의 팔을 잡았고 정미는 깜짝 놀라 뒤를 쳐다보았다.

-정호: 무슨 생각을 하길래 빵빵 거려도 몰라?

-정미: 자기야......

정미는 정호의 품에 안겨 울어버렸다.

-정호: 왜 그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정호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정미를 꼭 안고는 토닥거렸다.

-정호: 진정하고 일단 집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괜찮아?

정미는 끄덕였고 차에 탔다.

둘은 조용히 정호의 집에 도착했고 정미는 정호의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정호는 차가운 물을 정미에게 건넸고 정미는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정호에게 건넸다.

-정호: 뭐길래 그래? 어? 산모 수첩? 이게 뭐야?

-정미: 뭐긴 뭐야. 말 그대로 산모 수첩이지?

정호는 수첩 안에 끼워져 있는 초음파 사진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정호: 이게 우리 아기야? 짜식 너 임신이야? 나 아빠 되는 거?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정미는 어이가 없었다.

-정미: 임신이라는데 걱정이 안 돼?

-정호: 뭐가 걱정이야. 생각보다 많이 빠르긴 하지만 너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그리고 우린 성인이잖아. 넌, 뭐가 걱정 인대?

정호는 정미의 말에 화가 나려고 했다.

-정미: 나는 일한 지 2년도 안됐어. 더 일하고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한테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어. 겁이나.

-정호: 뭐가 겁나? 일은 얼마든지 하면 되지.. 부모님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넌 옆에 가만히 있어. 뭘 걱정해.. 우리 가족이 생긴 건데 이건 축하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야. 기특한 우리 정미... 오빠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정호는 정미를 꼭 안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분신 같은 아기를 가졌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정호는 정미가 더 사랑스러웠다.

정미는..... 정호가 너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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