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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Jun 07. 2022

# 20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3

득조가연(得肇佳緣):비로소 아름다운 인연을 만났다

# 20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3

# 20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3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묶고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는다.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스킨과 로션 아이크림과 크림 비비크림에 아이라이너 아이 블러셔를 차례로 바른다.

바르기보다는 색칠한다가 맞을 거 같다.

어제 챙겨놓은 옷을 입고 식탁에 앉아 토스터에 잼을 바른다.

변함없는  생활의 시작 부분이다.

양치를 하고 립글로스를 바른다.

신을 신고 출근을 서두른다.



유라는 오늘 외부 근무다.

협력업체에 서류를 건네주고 물량을 뽑아와야 한다.

새로 계약을 맺은 회사라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기에 일찍 서둘렀다.

협력업체에 도착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에서 담당과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유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익숙한 실루엣... 승주였다.

-유라: 승주...

-승주: 반갑습니다. 오늘따라 더 반가운 거 같네요.. 앉으시죠.

-유라: 어... 네..

승주는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승주: 놀랐지? 나도 놀랐어. 새로 계약한 회사가 너네 회사라고 들었을 때도 놀랐지만 담당자가 너라고 해서 더 놀랍더라..

그래 놀라운 일이다.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건가.

-승주: 참 이거, 이번 공사 때 필요한 거, 서류는 가지고 왔어? 견적은 내가 다 뽑아 놨는데.....

-유라: 서류 여기.. 계산은 내가 해도 되는데...

-승주: 혹시 모르니까 다시 확인해보고.. 음.. 그리고.. 점심 같이 먹자..

유라는 승주를 한번 쳐다보고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확인해보니 계산은 정확했다.

-유라: 다 맞네. 이런 수고 까진 안 해도 되는데.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작이죠? 그럼 수요일에..

유라는 서둘러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 나오려는데 승주가 유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런.. 어제 껴보고는 뺀다는 것이 그냥 나온 것이다.

승주는 내 손을 잡았다.

승주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 거리고는 유라의 얼굴을 쳐다봤다.

-유라: 마지막으로 그냥 껴 봤어. 오늘 팔려고.. 괜한 생각하지 마..

-승주: 유라야. 점심 뭐 먹을래? 점심 같이 먹자

-승주는 유라의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싫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그리웠다..

-승주: 뭐 먹을까? 따뜻한 가락국수? 너 가락국수 좋아하잖아. 우리 단골집 기억나? 난 가끔씩 가는데..

유라는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가 잡고 있는 이 손을 지금 놓지 않으면 다시는 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 손을 놓을 수 있을까? 내 맘이 움직이고 있다.

나의 다짐과는 달리 그를 원하고 있다.

밖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승주가 있기에 더 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승주: 안 추워? 차 타고 갈래?

승주 눈은  유라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유라의 눈에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승-주: 왜 울어? 내가 뭐 실수한 거야?
승주는 따뜻한 그의 손으로 유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유라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승주를 그를 자신의 눈에 담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을 같이 다녔고 대학 이후 7년의 연애기간을 거쳐서 2년의 헤어짐..

헤어져 있던 2년이란 시간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승주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유라도 승주를 보며 웃어주었다.

따뜻한 그의 손을 잡고 둘은 그들의 추억이 담긴 식당으로 향했고 점심을 먹었다.

서로의 추억이 담긴 따뜻한 가락국수를..

퇴근시간에 맞춰 승주는 회사 주차장에 서 있었다.

승주는 유라의 차에 타고 있었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그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멸치 볶음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 승주는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와 그녀의 사랑이 처음 시작된 날..

현관문이 열리고 둘은 긴 시간 동안 입맞춤을 나눴다.

서로를 그리워 한 만큼.. 사랑이 커진 만큼...

이별이 무섭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사랑이 아픈 만큼 이별은 더 아팠다.

이제 이 두 사람에게는 이별 따위의 아픔은 잊힌 지 오래이다. 




유라는 아직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 사람을 믿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문 아닌 고문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인생의 반을 바치고 나를 찾을 때쯤엔, 50대라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녀들의 나이 33세.

남들은  아줌마... 골드미스 혹은 노처녀라고 하지만 아직 창창한 나이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다.

사랑도 결혼도 일도.. 슈퍼우먼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그녀들은 슈퍼우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함이 때로는 편안함을 안겨주듯이 서로에게 익숙해진 만큼 배려한다면, 한평생 한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더 이상 고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

이 사랑이 그동안의 아픔을 잊고 서로에게 다시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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