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언어를 찾아서
커피에서 만다린 맛이나 얼그레이 향, 혹은 다크 초콜릿의 뉘앙스를 말할 때, 나는 종종 묘한 어색함을 느낀다. 커피는 본래 그 자체의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왜 다른 음식의 언어를 빌려야만 설명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처음 커피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이 커피는 만다린처럼 상큼하다”라고 말하면, 산미가 주는 인상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커피가 만다린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커피의 산미는 커피만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같은 상큼함이라도 다른 차원의 감각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설명할 때, 굳이 다른 맛에 기대기보다 커피 자체의 언어로 표현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산미, 단맛, 쓴맛, 바디감. 이 네 가지 축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세계야말로 커피의 본질이다. 그 복합적인 조화를 직접 느껴보는 것이 진짜 경험일 테다.
비유는 이해를 돕지만,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 고유한 세계에 천천히 발을 들여야 한다. 눈을 감고 향을 맡고, 입안에서의 변화를 느끼며, 마침내 커피가 스스로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결국 커피는 커피다. 다른 무엇의 그림자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세계. 그 세계에 오래 머물수록, 비로소 우리는 커피가 전하는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