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초이 Apr 07. 2022

ep8.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처음 아이를 갖고 임신기간과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 힘든 부분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어려움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던 나라는 존재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 가장 어려운 때가 아니었나 회상해 봅니다.


분명히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문득 들더라구요. 매운 음식을 즐기고, 운동을  뒤에  맥주 한캔을 셨던 그 소박한 행복의 루틴을 즐기던 순간은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소소즐거움은  뱃속에 아이가 들어오면서 이제는 즐길  없는 행복이 되는거죠.





직장에서는 더 가관입니다. 나의 임신 사실로 인해서 마치 당장에라도 회사 업무에 차질이 일어나는  마냥 변화가 일어납니다. 육아휴직은  계획인지, 복직은  의지가 있는지, 혹은 언제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해야하고, 그로인한 업무공백이 일어나지 않게 후임을 구하고 인수인계를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임신이라는 변화 하나로 생겨납니다. 마치 타노스의 손가락처럼 하나의 이벤트가 일어났을 뿐인데 나를 둘러싼 모든것들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몸의 변화는 말할것도 없지요. 입덧을 하는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탈 수 없을 만큼 온갖 냄새에 민감해 집니다. 중반기에는 아이와 양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골반, 허리 통증을 안고 갈수 밖에 업고요. 태동이 시작되면서 밤에도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이때 똑바로 자는게 소원이 될 정도로 원치 않아도 옆으로 자야하죠. 잠자는 자세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임신하면서 달라지는 모든 것들이 나를 지워지게 하는데, 아직 나오지도 않은 뱃속의 아이와 교감을 나누면서 모성애가 불타오르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자에게만 초스피드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라고 등을 떠미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아내와 다르게 남편의 경우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적인 지위도 여전하고, 여전히 맥주한캔을 고민없이 즐길 수 있으며, 몸에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변화 또한 없습니다. 그냥 조금 예민해진 아내의 기분을 맞추려 애를 쓰는 정도가 바뀐 일상이랄까요?


이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를 만드는 것은 남자와 여자 둘이 함께 하는데 왜 임신 기간의 고단함은 여자만 안고 가게 되는지 혹시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가장이라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져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임신이라는 과정이 너무 힘든 과정이니 둘다 이 고단함을 똑같이 느끼게 되면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한명은 옆에서 정서적인 지지와 공감 그리고 물리적인 서포트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구요.  


남자와 여자 중 강한사람에게 서포트하는 역할을 주고, 임신이라는 직접적인 고담함에서 자유로와 지는거죠. 이렇듯 엄마가 되기 이전 나를 지워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원동력은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의 배우자라고 생각해요. 가장 가까운 사람의 공감과 이해 그리고 그래도 나를 인정해주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아이가 태어나기 전 많은 변화에 혼란스러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전 02화 ep9. 인내와 희생 없는 육아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