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 보기로 했다.
<목차>
(1)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 현재 글
https://brunch.co.kr/@seochanhwe/58
(2) 남들이 어쩌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일단 그리고 보자
https://brunch.co.kr/@seochanhwe/60
(3) 나의 도구들
https://brunch.co.kr/@seochanhwe/61
(4) 일단, 선화를 그려 보자
https://brunch.co.kr/@seochanhwe/62
(5) 선화 작업 영상
https://brunch.co.kr/@seochanhwe/64
(6) 흰색도 색이야
https://brunch.co.kr/@seochanhwe/65
(7) 색 지정에 인공지능의 손을 빌리다
https://brunch.co.kr/@seochanhwe/66
(8) 수채화 스타일은 아니었나 보다.
https://brunch.co.kr/@seochanhwe/67
(9) 지난하고도 지랄맞도다, 찌꺼기 청소
https://brunch.co.kr/@seochanhwe/68
(10) 사이즈를 무조건 크게 작업했어야 했다
https://brunch.co.kr/@seochanhwe/69
(11) 잘라 붙이기 막노동, 그리고 등록
https://brunch.co.kr/@seochanhwe/70
(12) 네이버 밴드에 기웃댄 날, 카카오에서 탈락 통보를 받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1
(13) <번외> 네이버 밴드 스티커샵에서도 떨어졌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7
어느날 문득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톡용 이모티콘을 만들자”
뭐라도 팔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아내의 주얼리를 팔았던 무대인 동대문 DDP는 8월 초 공간 운영 대행사가 플리마켓 업체를 내보내고 새 업체를 들이면서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됐다.
DDP의 새 업체는 주얼리를 취급하지 않았고, 캐릭터 상품을 비롯한 문구류나 에코백 종류를 취급하고 있었고 우리는 당장 변화한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실내 마켓에서 나름대로 우리 물건에 맞는 소비자층을 만나며 정착하는 단계였는데 막상 다시 실외로 나가니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들에서는 참가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게다가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이 간지 얼마나 됐다고, 10월쯤 되니 쌩썡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제 야외 장사는 거의 끝물이다. 실내 장사를 시도하려면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을 찾아야 하지만 이런 곳 또한 벤더사(에이전시)를 끼고 들어가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데다 수수료도 거의 4할, 무엇보다 그나마도 정산이 두 달 뒤에나 돌아온다. 돈이 대형 매장과 벤더사를 거쳐서 오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얼리 장사는 언제나 겨울이 힘들었지만 올 겨울은 더욱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장사와는 별개로 진행해야 할 글 원고가 다가오고 있었다. 당장 내년 2월까지 두 권 분량을 써야 한다. 어떤 책 작업이 안 그럴까만, 이 글은 유난히 작업 난도가 꽤 높아 집중을 필요로 했다. 1주일에 3~4일을 바깥에 나가는 일정을 반복해서는 어렵다. 게다가 이 책 말고도 다른 책 작업도 대기 중이다.
(이런 걸 두 권 더 써야 한다. 눌러서 사 주시라)
어쨌거나 작업을 위해, 그리고 내년 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때가 오고 있었다. 그간 막연히 떠올리고 있던 전환 방향은 ‘콘텐츠’였다. 이야기를 내놓고, 이를 엮어내는 것. 마침 우리 부부는 만화 칼럼니스트와 주얼리 제작자라는 본업에서 쌓인 이야깃거리를 상당히 많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시대의 대세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으로 가고 있던 터라서 나는 ‘글을 어떻게 해야 유튜브로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기도 하던 터였다. 전통적인 매체를 두드리는 일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콘텐츠를 쌓아나가지않으면 타진도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뭔가 영상 또는 영상스러운 걸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처럼 냅다 얼굴 내밀고 영상을 찍으면 다 해결이 될까?
어렵다. 우리는 이제 둘 다 40대 초반과 30대 후반이고, 게다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얼굴을 실제로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면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 캐릭터를 대신 내밀 수밖에. 뭘 하려고 해도 캐릭터가 나서야 한다면, 둘의 캐릭터를 정리해야 한다. 마침 우리에겐 판다와 알파카라는 캐릭터가 있기는 했기에 이를 활용하면 되겠다 생각은 했지만, 그냥 들이밀어서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선과 색도 정리해야 했고, 노출 창구를 조금 더 다변화할 필요도 생겼다. 마침 우리가 더 이상 장사를 못하게 된 DDP에 들어간 업체가 요구하는 것도 캐릭터 상품이었다. 짜증은 났지만 “아이 씨 그러면 우리가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서 팔면 어때?”라는 심정도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 자체를 노출하고 파는 방법으로 제일 좋은 건 이모티콘이잖아?”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태블릿 펜을 쥐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