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이모티콘 작가 (8)

수채화 스타일은 아니었나 보다.

by 서찬휘

[알림] 이 글은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신규 이모티콘 제안을 넣고 쓰기 시작한 일종의 도전기입니다. 이모티콘을 실제로 팔아본 적은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과정 자체를 정리해보고자 적은 글이며, 강좌가 아닙니다. 저희의 이모티콘이 성공적으로 상품화할 수 있게끔 관심과 응원을 바랍니다.




<목차>


(1)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https://brunch.co.kr/@seochanhwe/58

(2) 남들이 어쩌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일단 그리고 보자

https://brunch.co.kr/@seochanhwe/60

(3) 나의 도구들

https://brunch.co.kr/@seochanhwe/61

(4) 일단, 선화를 그려 보자

https://brunch.co.kr/@seochanhwe/62

(5) 선화 작업 영상

https://brunch.co.kr/@seochanhwe/64

(6) 흰색도 색이야

https://brunch.co.kr/@seochanhwe/65

(7) 색 지정에 인공지능의 손을 빌리다

https://brunch.co.kr/@seochanhwe/66

(8) 수채화 스타일은 아니었나 보다. <<< 현재 글

https://brunch.co.kr/@seochanhwe/67

(9) 지난하고도 지랄맞도다, 찌꺼기 청소

https://brunch.co.kr/@seochanhwe/68

(10) 사이즈를 무조건 크게 작업했어야 했다

https://brunch.co.kr/@seochanhwe/69

(11) 잘라 붙이기 막노동, 그리고 등록

https://brunch.co.kr/@seochanhwe/70

(12) 네이버 밴드에 기웃댄 날, 카카오에서 탈락 통보를 받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1

(13) <번외> 네이버 밴드 스티커샵에서도 떨어졌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7




기계의 힘을 빌린 셈이긴 하지만 어쨌든 색 지정은 끝났으니 이제 칠할 차례다. 아무래도 참고한 게 기계가 칠한 스타일이다보니 그 느낌대로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단 밑색을 깔고 그 위에 붓으로 참고한 색을 덧대어 칠하기 시작했다. 머리는 푸른색, 피부는 살구색, 옷은 노란색. 이런 식으로 손 가는대로 그어보았다. 컴퓨터가 칠한 색은 꽤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내가 칠하니 뭔가 이상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일단 채색 방법의 기초도 없지만, 인공지능의 채색은 선화도 약간 부드러운 색으로 바꾸고 그 안을 채워넣었는데 나는 그냥 검은색 그대로를 뒀기 때문에 묘하게 균형이 안 맞았던 모양이다.


내가 칠한 것


우격다짐으로 칠을 해 본 후 공간이 너무 뜬 이모티콘에 색으로 쓴 대사(?)를 추가하기도 하는 등 추가 작업을 진행한 다음 아내인 헤니히 판다에게 보여주었다. 만화 동인(아마추어 만화가) 활동을 했고 프로 만화가의 어시스턴트 활동을 한 적도 있는 아내는 그림에 관해선 당연히 몇 수는 위에 있다. 그리고 아내는 채색한 그림을 보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음. 여보. 여보는, 채색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들었을 때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 말이 사실일 터였다. 아내는 살짝 풀이 죽은 내게 이어서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요”


여유 시간에 아이패드를 붙든 아내는 수채화 스타일보다는 셀화 스타일의 채색법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데 처음에 손대기 시작한 건 색이 아니라 음영이었다. 레이어를 곱하기(multiply)로 놓고 회색 음영을 먼저 얹기 시작했는데, 어째선지 처음에 작업하던 때의 형태는 내 눈에 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뭐가 어색한지를 말할 수가 없었다. 음영이나 주름은 내 그림 솜씨로는 아직 이해가 잘 안 되는 영역인 탓이다. 살짝 답답해 하던 아내는 일단 해놓고 어색하면 버리면 된다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아내가 음영을 넣은 것


이튿날 아침 아이패드를 보니 완성본이 나와 있었다. 색과 음영이 조화를 이루고 나니 어색한 느낌이 사라져 있었다. 과연 이런 거였나. 셀화 스타일로 작업된 채색은 봄이는 물론 입 속 색 정도만 칠해두었던 판다와 알파카 캐릭터에도 입체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농이 아니라 새삼 내가 그린 그림이 괜히 달라 보였다. 과연, 똑같은 도구를 쥐고도 디테일이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게 이 사람이었다.


아내는 정작 봄이의 머리 색깔을 푸른 색으로 지정했던 게 조금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회색 쪽으로 하고 싶었다나. 하지만 어쨌든 색을 모두 입힌 이모티콘은 꽤 그럴싸해 보였다. 이제 거의 끝인가-라고 한숨을 돌려볼까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선 바깥으로 삐져나온 찌꺼기들을 청소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남아 있었다.



(계속)



아침에 본 완성판.


봄이가 한층 깔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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