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다른 열차를 타는가
최근 들어 이어폰을 빼고, 주변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것을 즐기고 있어요. 아침에 집 밖을 나설 때면 새소리가, 비가 올 때는 빗소리, 길가를 걸어 다닐 때에는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대화가 바람을 타고 흘러오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번 사건은 집에 가는 길, 지하철 플랫폼 안에서 일어났어요.
다리가 좀 아팠던 터라 벤치를 향해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화를 내며 벤치에 앉아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어요. 둘은 연인이었고, 대화를 하다가 화가 나 남자가 일어나 버린 상태였죠. 그들의 이런 대화를 나누며 언성을 높였어요.
남: "너 기분 나쁘다고 따라오지도 않냐?"
여: "난 자기 기분 따라 항상 따라가야 돼? 나도 기분 나빠."
남: "그래도 따라와서 대화를 하든 해야 할 거 아니야."
여: "여기 앉아서 하면 되잖아. 왜 나만 맨날 쫓아가야 하는데?"
남: "아, 씨"
여: "뭐? 지금 욕했어?"
남: "아니, 욕 안 했어."
여: "뭐라고 했는데."
남: "아니, 욕 안 했다고. 너는 기분 상했다고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데?"
여: "자기가 먼저 기분 상했다고 마음대로 행동했잖아."
대화는 여기서 끝이 났죠. 그 연인은 서로 기분이 많이 상해 보였고, 더 이상 대화를 할 의지가 누구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침묵은 이어졌고, 주변의 공기는 냉랭하게 얼어붙고 있었어요.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지하철의 소리가 그것을 깨기 전까지 말이죠.
지하철은 도착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어요. 남자는 벌떡 일어나 쳐다보지도 않고 한 출입구로 걸어갔고, 여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어요. 같은 열차를 탈 생각이 없어 보였죠. 남자는 여자가 타나 안 타나 어깨너머로 흘깃 곁눈질을 해보았지만, 여자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이 없었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건지 어깨를 조금씩 들썩거렸어요. 남자는 화가 가득 난 얼굴로 그 모습을 외면했죠. 핸드폰 화면 속으로 도망가버리는 모습이었어요. 남자는 저와 같은 역에서 내렸고, 환승을 하러 가는 것인지, 성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예상치 못하게 혼자가 된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어요.
여자는 왜 같은 열차를 타지 않았을까요? 남자는 왜 내려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렇게 이별을 맞이했을까요? 집에 돌아가 전화로 화해를 하고, 다시 사이좋았던 모습으로 되돌아갔을까요?
시간은 우리가 타게 되는 열차처럼 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요. 조금이라도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리고 열차에서 내려, 돌아가는 방향으로 몸을 옮겨야 하죠.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지만,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돌아갈 수 있는 자유가 언제든지 있기 때문이에요. 그마저도 막차라는 가정 하에는, 문이 닫히는 그 순간이 마지막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요.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함께 하고, 추억을 나누고, 우정 또는 사랑을 쌓게 되죠. 그러다가 서로 다른 목적지로 가야만 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오게 돼요. 그때는 선택해야 해요. 큰 마음을 먹고 같은 목적지로 향할 것인지, 자신이 돌아가야 하는 곳으로, 서로 다른 열차를 탈 것인지를 말이에요. 우리에게는 문이 닫히기 전까지 수많은 기회들이 있어요. 심지어는 다음 정거장, 그다음 정거장에 가서도, 언제든지 내려 소중한 사람에게로 돌아갈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대로 열차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게 돼요. 함께가 아닌 혼자였던, 본래의 모습으로 말이죠.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나는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는 걸까요.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는 중간에 내리거나, 환승역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지게 되는 걸까요.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수 있는 걸까요. 또 하나의 공통분모가 되는 플랫폼에서 약속을 잡고, 혼자였던 몸이 손을 잡고 둘이 되어, 하나의 모습처럼 보이게 되는 걸까요. 인사조차 없이 헤어지게 된 그들은 어떤 상처를 서로에게 새기고자 한 것이었을까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상대방을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지하철 플랫폼에서 들린 연인의 다툼이, 인생으로의 고민으로 확장되어 온 순간이었어요. 인생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잔인하고 슬프기도 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죠. 앞으로도 주변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보려고 해요. 그 안에서 어떤 교훈이, 어떤 감동이 찾아올지,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나의 마음을 또 움직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