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저 앞에 커다란 벽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의욕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고,
그 때 다른 길을 선택할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자책했다.
눈물로 시간을 흘러보내며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을 때 쯤.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벽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
조금 돌아가야 하는 커브길이었을 뿐.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벽에 겁을 먹었던 것이다.
허무하기도 했던 그날의 기억으로,
오늘도 걸어간다.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