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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한 Oct 25. 2023

애를 재우다 꼬리뼈에 금이 갔다

#7화. 짐볼도 터지나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걱정이 돼서 여기저기 물었다.


"신생아 키우기 힘들죠?"라고 물으면

" 우리 애는 종일 잤어. 누워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거야"

"걷기 시작하면 정신없어"라는 대답을 들었다.


내가 아기를 갖고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영양제도 열심히 먹고 원해서 낳았으니  키워보자는 마음에 엄마 모드 장착이었다.

그런데

뱃속에 있을 때가 딩가딩가 편했구나 낳자마자 느꼈다.


'모유를 먹여야겠다' 심하고 산후조리원에 가서

"저는 모유만 먹일게요 언제든지 콜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1시간 짧게는 30분마다 콜이 왔다.


젖이 많은 엄마가 아니어서 분유랑 같이 먹이면 되는 거였는데 첫애라 뭘 몰랐다.

모유를 안 먹이면 나쁜 엄마 같았다. 애는 배고프다고 우는데 엄마가 모른 척 잔다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사서고생을 했다.


2주 동 모유만 열심히 먹이고 집에 왔는데

애가 잠을 안 잔다.

계속 울기만 한다.


시어머니께 얘기했더니 닭을 그려서 거꾸로 붙여놓으라고 하신다.

신랑이 잠을 안 자서 그 옛날 시어머니의 시어머니인 시할머님의 가르침에 따라

닭을 그려서 거꾸로 붙여놓으셨다고 한다.


내가 그림을 조금만 잘 그렸어도

아빠다리 하고 앉아서 정성스럽게 닭을 그려 붙였을 거 같다.


그림을 려서 다행이었다. 졸라맨도 그리기 어려운 그림실력이라 닭은 진즉에 포기했다.


10년이 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시어머님 말을 너무 잘 들었다.

시댁이 걸어서 5분 거리 옆단지라 기댈 곳은 거기뿐이라 그랬을까


첫애 태열이 너무 심했다.얼굴이 계속 빨겠고 울면 얼굴이 따가운가 싶어 걱정이었다.

시어머님이 보시고는 "약은 아무 소용없다. 니 몸에서 나온 니 새끼니까 오줌을 받아서 조금씩 발라줘라." 하셨다.


지금 들으면 말도 안 돼! 무슨 오줌을! 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듣자마자 종이컵에 오줌을 얌전히 받았다.

거즈에 묻혀 태열이 심한 얼굴에 톡톡 찍어줬다.

애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울면 그만했어야 되는데 꾸준히 해보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열흘 넘게 얼굴에 오줌칠을 했다.


왜 그랬을까 바보같이...

생각해 보면

그때는 애를 종일 안고 있다가 낮에 시어머님이 오시면 잠깐 맡기고 나는 꿀잠을 잤다.

시어머니가 나를 자게 해 줬으니 너무 고마웠고

나에게 잠잘 시간을 주는 사람말이니 '오줌을 발라라'처럼 이상한 말도 눼에눼에 하고 들었다.


그 정도로 애가 잠을 안 자고 눕히면 깨고 앉으면 깼다.


좀비처럼 몇 날 며칠을 보내다가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아기띠를 하고 짐볼을 타면 몇 시간이고 잤다.


짐볼을 타면서 몇 시간 푹 재우면  잠깐씩 혼자 누워서 놀기도 했다.

낮잠 잘 때도 짐볼 방방방

밤에 잘 때도 짐볼 방방방


짐볼을 계속 타니까 적응이 된 건지 점점 세게 타야 을 잘잔다 방방방 타다가 놀이기구처럼 부앙~부앙~방방 점점 엉덩이를 더 굴러 세게 탔다.


.

.

.

빵!


짐볼이 터졌다.

새벽 3시

폭탄이 터지면 이런소리였을까?싶게 큰소리로 터졌는데 안방에서 자는 신랑은 기척도 없다.

보는 사람도 달려오는 사람도 없으니 눈물도 안 난다.

여기서 내가 울면 애만 깨고 다시 재워야 하는 건 나니까


다행히 애는 안 깨고 잔다.


짐볼이 터졌으니 아이를 내려놓고 나도 옆에 누웠다.

엄마의 고통을 알았는지 눕혀도 안 깨고 잘잔다.


다음날 친정엄마에게 SOS를 하고 병원에 갔다.

"뭘 하셨길래 꼬리뼈에 금이 갔어요?"의사가 묻는다

애 재우다 그랬다고 하니 엥? 하는 표정이다.


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검색해 봤다.

짐볼이 터지면, 짐볼 터졌, 짐볼터짐 아무것도 안 나온다.

(10년전 검색수준이다...ㅠ)


애 재우다 짐볼터진사람은 나뿐인가 보다...

초등학생이 된 딸에게 잊을만하면 얘기한다

널 재우다 엄마는 꼬리뼈에 금이 갔단다.


주변에 가끔 "아이가 너무 빨리 커서 싫다. 꼬물이 시절이 그립다" 하는 엄마들이 있더라.

! 싫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다.

혼자 먹고, 씻고, 자는 9살 딸이 지금 딱 좋다.


 사랑해~

나중에 너 닮은 딸 낳아서 엄마의 고생을 좀 알아주렴.

(이런 말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나도 꼰대인가 보다)



.

.

.


# 8화 예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더니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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