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의 하루 - 문재규
독거노인의 하루
어정쩡
길 나서는
구부정한
꽃단장
어제의
꽃빛 놀이
좌판 위에
펼쳐놓고
팔다 팔다
겨우 남은
긴 그림자
홀로 끌며
지친 노을
등에 진 채
빈 지갑에
허무 쓸어 담아
텅 빈
방에 돌아와
적막 베고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허리가 굽은 한 노인이 공들여 단장하고 외출을 한다. 어제의 꽃빛 놀이를 보면, 과거는 꽤나 멋스럽게 살았나 보다. 낭만도 있었고, 부유함과 풍요로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그 좋았던 젊은 날의 회상들을 좌판 위에 펼쳐 놓고, 이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인생으로 전락해 버렸다. 추억을 팔다 팔다 겨우 남은 건 여울진 햇살에 끌려오는 자신의 늘어진 긴 그림자뿐. 지친 노을을 등에 진 채 빈 지갑엔 허무만을 쓸어 담고, 홀로 텅 빈 방에 돌아와 적막을 베개 삼아 누워 이리저리 뒤척인다. 밤 새 잠 못 드는 한 노인의 인생무상이 참으로 허무하게 전해온다.
제1장 바람이 열어 놓은 꽃잎의 미소
제2장 바람이 열어 놓은 꽃잎의 눈물
제3장 바람이 열어 놓은 꽃잎의 의미
제4장 바람이 열어 놓은 꽃잎의 풍경
제5장 바람이 열어 놓은 꽃잎의 노래
행복. 1
차
한 잔
놓고
마주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냥
선계가
열리는 듯.
사랑. 2
창문 밖 꿈이
시리도록 푸르른 건
그리움
연둣빛 느낌이
온종일 나붓거리는 건
기다림
여린 낭만이
비껴 밀고 들어온 건
설렘
아린 마음결이
향내로 스미는 건
포옹
사랑. 4
두고 감이
아림이면
보낸 가슴
도림이요
떠남이
위함이면
보냄은
기다림이라
떠났다고
보내지 말고
보냈다고
떠나지 마오
하나 되는
바로 그날
안고 흘릴
눈물 위해.
산정
쳐다보면
아득히
먼
걷다 보면
더
아련한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운무에 휘감겨
물안개
걷히고 나면
은은한 황홀경
바위에 기대어
잠시 쉬면
빈 바람 공명뿐
올라 보면
저 아래
등 굽은 추억만.
인생. 2
하늘을
끌고 가는 호수
호수를
밀고 오는 하늘
바람을
끌고 가는 구름
구름을
밀고 오는 바람
햇살을
끌고 가는 노인
노인을
밀고 오는 햇살
이런들 어떠랴
저런들 어떠랴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것을.
선물
해맑은 눈빛
순수로 아름답게
펼쳐진 무지개
안고 가거라
길지 않고 짧은 길
사랑만도 부족하다
너그럽게 수그리며
정성껏 내밀어
다시 보고플
그리움을 남겨라
가방 속 열어 보니
줄 건 이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