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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빛나는 한 마디 "모든 게 선물이었다

주말에 접한 이어령 교수의 별세 소식은 순간 멍하게 만들었다. 코앞에 이른 죽음을 예견이라도 하듯 그의 마지막 책에 나왔던 한 구절 "내년 삼월이면 나는 없을 거야...."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려온 이어령 선생이 지난주(2월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인 고 이어령 선생은 이화여자대학교 명예 석좌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인, 칼럼니스트, 문화 기획자로 활동했으며,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어령 선생은 호칭이 많지만, 시대의 지성, 우리 시대의 스승으로 불려 선생으로 호칭한다.      


2004년 어느 가을날, 글로벌 리더십컨퍼런스에서 이어령 선생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문화적 파워가 21C 인류문명을 결정하고, 한국이 가진 우수성에 대해서 열강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보여주고, 그것이 앞으로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니 이어령 선생은 수십 년 전부터 'BTS, 오징어 게임, K-POP.' 등 한국의 콘텐츠와 문화적 우수성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이어령 선생의 깊고 넓은 책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가 담겨있는 최근의 책 두 권을 소개해본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이어령. 정형모 지음, 아르테)에서는 '삶과 지식'에 대해서 통찰을 준다. 지식과 정보가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에게도 지식은 전쟁터와 같았다. 또한 실제로 쓰이는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삶으로 실천했다. 작업실에 7대의 컴퓨터를 놓고 집필과 연구를 했다. 얼리 어댑터 였고, 이미 그가 말했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 '디지로그'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책이나 도서관이 있는 것은 이미 누군가 생각한 것들은, thought다. 하지만 지금 검색을 통해서 thinking하고 있다. 이것이 인문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살아있는 인문학이란 현재를 thinking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016년 당시 유행하던 메르스, 에볼라에 대해를 언급하며, 수백 년 전에도 인문학자들, 작가들이 바이러스에 경고한 내용을 말한다. 과거의 이면 정보(지식)를 가지고 현재의 삶이나 발생하는 일들을 예측하고 제대로 읽어보자는 것이다. 지식을 통해 현재의 사회를 좀 더 예측해 보자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관심이 있어야 시작이 되고, 그다음에 더 잘하려고 관찰하고 연구해야 결국 자신과 관계있는 일이 된다는 이어령식 생각법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해본다.      

최근 출간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조선비즈 기자이자 인터뷰어 김지수가 이어령 선생과 1년간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라스트 인터뷰의 단행본이다. '죽음'을 통해서 '삶'을 이야기하고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이어령 선생의 이야기는 설명적이거나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은유와 같다. 죽음,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의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질문과 답변이 더해져 독자들은 마치 이어령 선생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도 들게 된다.      


죽음에 대해서 말할 때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담담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죽음을 이렇게 빛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죽음과 한판 대결하거나 죽음을 바로 마주한 이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이어령 선생의 깨달음의 진리를 책 속 한 구절에서 마주한다.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우주에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하게 다 선물이더라고…."     


이어령 선생은 "모든 게 선물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이 진정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는 세상에 나오지 않을 작가의 보석 같은 지혜에 깊은 아쉬움이 있다.      

육체가 사라져도 말과 생각이 남아 있으니 더 오래 산다고 하였던가, 그의 책을 다시 펼쳐보며 생각과 이야기가 다시 나의 삶에 연결이 된다는 인생의 교훈을 준다. 범접할 수 없는 지성의 큰 산맥을 텍스트로 펼쳐 보여주며 지성과 감성 그리고 상상력을 갖게 해주었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우리 시대의 스승 이어령 선생에게 독자로써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소개도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 이어령 지음, 열림원)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 . 정형모 지음,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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