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한 가지 길만이 있을까. 의미와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행복과 성공 그리고 성장은 당연한 가치라고 생각하면서 일관된 방향성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 슬픔과 비극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의 가슴에 담겨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아픔이 있는지, 말하지 못한 것이 담겨있는지 등 대화하면서도 빠져있는 것들이 많다. 그 허전한 공간을 쉽고 가벼운 것들이 채우고 있다.
" 그 배려와 진지함이 사라진 공간을 매끄럽고 과시적인 대화들이 메우고 있다. 과시와 자랑은 넘치되 당신을 돕지는 않는다는 신호가 분명히 담긴 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그 어떤 진지함도 상실한 채 질투와 미움을 간신히 가린 경계선의 대화를 잔뜩 교환한다." 소설가 김진명은 우리 사회의 가벼움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공감도 애정도 없는 일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진명 작가의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읽었던 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일상의 경험과 일화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깊은 통찰력은 잠시 멈춤과 자신을 고민하게 해주는 시간을 준다. 담백한 문장과 흥미로운 사례들이 편암함도 준다.
책 속에서 “안중근의 어머니”를 통해서 안중근이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소개한다. 또한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글을 소개한다.
단 한 번도 형무소로 자식 면회를 가지 않았고, 형무소로 보낸 단 한 통의 편지.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가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맘 먹지 말고 죽어라 (중략)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는 본능에 의해 살아가지만, 그 본능을 극복하고 힘들고 행복 대신 불행을 선택한 것은 그게 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편지에는 초인적 의지가 담겨있다. 한 단어, 한줄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행동하는 지식을 자신의 생명을 걸고 보여주었다면, 어머니의 편지에서는 엄숙하고 위대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글로 말한다. 독자뿐 아니라 이 사회가 한 번쯤 각자 제 길을 가다가도 가끔 뒤돌아보게 하는 삶의 주제, 그리고 자신의 깊은 고뇌에 대해서. 독자는 한 번쯤 놓치고 있던 삶의 의미에 대해서 작가의 질문에 어느새 동참하게 되어 자기 스스로의 내면에 어떤 고민과 힘이 있는지 낯설고도 반가운 경험을 하게 된다. 에세이가 주는 가치와 기쁨이기도 하다.
소개도서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