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흔들림

by 권설아

2023년 5월 21일, 오후 2시 49분.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 321편이 안다만해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37,000피트 상공, 창 밖으로는 새하얀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승객 211명과 승무원 18명을 태운 비행기는 평화로운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앤드류 맥도널드는 83번 좌석의 창가에 기대어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가는 긴 여정의 중간이었다. 그의 옆자리에는 흰 머리의 노부인이 손주에게 줄 스웨터를 뜨개질하고 있었고, 통로 건너편에서는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태블릿으로 만화를 보고 있었다.


"아, 물 한 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앤드류 뒷자리의 한 승객이 지나가는 승무원을 불러세웠다.

승무원이 막 물병을 건네려는 그 순간이었다.


"쿵!"


마치 거대한 신의 망치가 비행기를 내리친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앤드류의 머리가 천장에 부딪혔다. 비행기 전체가 마치 폭풍우 속의 나뭇잎처럼 휘청거렸다. 물병은 공중으로 날아가 승객들의 머리 위에서 물을 뿌렸다.


"Emergency! Fasten your seatbelts immediately!"


기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의 몸이 천장으로 솟구쳤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내식 트롤리가 통로를 따라 미친 듯이 굴러갔고, 머리 위 수납장에서 떨어진 가방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적란운 속에서 비행기는 계속해서 요동쳤다. 20초. 영원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 동안 17개국 국적의 승객들은 공포의 언어를 배웠다. 비명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오후 3시 7분, 비행기는 31,000피트로 급격히 하강했다. 객실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앤드류 옆자리 노부인의 뜨개질 바늘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통로 건너편의 어린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겠습니다. 모든 승객은 안전벨트를 계속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3시 25분, 태국 칸차나부리 주 상공에서 비상이 선포되었다.


착륙 후, 앤드류는 들것에 실려 나가는 승객들을 보았다. 방콕 사미티벳 병원으로 이송된 승객은 총 104명. 그중 20명은 중환자실로 향했다. 병원장의 말에 따르면 6명이 두개골과 뇌 손상을 입었고, 22명은 척추 부상을 당했다. 최소 17명이 수술대에 올랐다.


한 달 후, 앤드류는 퇴원했다. 그의 척추 부상은 다행히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는 그 20초가 여전히 생생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경고했다. 네이처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56년에서 2100년 사이에는 난기류가 1970년에서 2014년에 비해 약 2배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영국 레딩대의 폴 윌리엄스 교수는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극심한 청천 난기류 발생이 5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는 하늘의 지도를 바꾸고 있었다. 대서양을 건널 때 10분 정도였던 난기류는 수십 년 안에 20분,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1년 후, 앤드류는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안전벨트를 단 한 번도 풀지 않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이 때로는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제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구름 위로 솟아오를 때, 그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하늘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우리의 오만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사고 당일 숨진 그 승객처럼, 때로는 돌아오지 못하는 비행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책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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