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Jul 21. 2022

엄마가 꼭 그렇게 전지전능한 것만은 아니야

어디까지고 이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이의 성향이 다른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의 행동이 개선되는 것은 좋은데, 이게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사람은 자꾸만 편하기를 원하고, 원래의 습성으로 돌아가려는 상이 강하다. 그것은 나라고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아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머리로 하는 이해였다. 그래서 종종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것은 나도 깨닫지 못하는 부분에서 스쳐 지나갔고, 그러고 나면 폭풍 같은 반응이 돌아오고는 해서, 그제야 내가 무언가 잘못 반응했음을 깨달았다.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보니 이게, 아이가 상전 같고, 내가 시중드는 듯 눈치 보는 관계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이해받지 못해서 짜증 내다가 결국 화를 내고 있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가 아니야."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있던 아이는 갑자기 뜬금없는 엄마의 말에 뭔 소린가 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래 물론, 아기 때는 너의 불편을 모두 알아주니까 전지전능해 보이겠지. 왜냐면 그때의 너의 요구는 아주 단순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많이 복잡해졌어. 그리고 너는 너고, 나는 나야. 너에게는 너의 성격과 생각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성격과 생각이 있어.


이제 엄마는 너의 단순한 요구를 들어주던 때의 전능한 엄마가 아니야. 엄마도 몰라 네 마음을.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런데 너도 잘 모르는 것 같네.


그럴 때는 그렇게 화내는 것이 아니라, 네가 무엇이 불편하고,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되도록 빨리 말해주면 돼. 엄마가 알아서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엄마는 신도 아니고, 네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도 아니야."

 

원하는 것을 말하기, 불편함을 전하기. 정확하게 하기. 이렇게 아이에게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해줬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 듯, 크게 결심한 얼굴을 했다.


얼마 못가 또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당부했던 말을 해준다. 불편함을 정확하게 전했니? 네가 원하는 것을 말했니?


"아니요."


"그럼 생각해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의 불편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서도, 모르는 척 물어봤다. 표현할 수 는지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는 표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혹시... 부분이 불편했니?"라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말해보라고 연습시켰다. 자꾸 연습을 해서 스스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점점 자기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칭찬을 잊지 않았다. 너무 기뻤다. 적어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겠구나! 노력할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불편한 점을 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엄마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려주었다. 명확한 한계를 긋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겠다 했다.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네가 알려주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렇게 약속했다.


너무 다 잘하려고, 너무 엄마 노릇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차라리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엄마의 부족함을 알리고, 솔직하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치료를 통해 아이를 배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