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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Oct 19. 2019

12단계(12 steps)의 첫걸음

첫 한 걸음의 중요성 : 병식(Insight)

"저는 하루에 한병 정도만 마셔요"

오늘 입원하신 환자분의 말이다.

하루에 소주 한 병만 마시는 사람도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이 분은 몇 번의 장취

경험이 있다.(쓰러질 때까지 며칠을 술만 먹는 음주타입)

보통 중독자가 자신의 음주력을 속이는 경우는

죄책감으로 인해 줄여 말하거나

첫 한병 이후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 수치가 올라가서"

"손이 떨려서"

"잠이 안 와서"

첫 입원 시 어떻게 입원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술 문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몇 번의 입/퇴원을 반복하고, 여러 가지 교육을

통해  음주 충동이나  '(술 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요.'

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분들의 병식은 미비하다.

스스로 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자신의 내/외과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보이는 반면

그 질환의 원인인 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중독성 사고 중 '부정'이라는 부분이다.

중독병동 간호사 참조


많이 이들이 술로 인한 문제을 인정하지 않고,

현재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질병과 술을 연결 짓지 못한다.


퇴원 후 장취하다가 재입원한 환자가 묻는다.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지요"

어느 정도 라포(친밀감)가 형성된 환자라면 대놓고 말한다.

"술을 그렇게 먹으니 당연히 몸이 안 좋지요"


중독 치료에서 병식의 유무는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아프거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것처럼

중독에 대한 병식이 있어야 환자는 스스로 병원을 찾고, 환자로서 역할을 수용할 수 있다.

병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치료자는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병원은 자신을 가두어 두는 곳, 또는 집 대신에 이용하는 조금은 불편한 호텔 정도가 되어버린다.




A.A.라는 모임이 있다.

Alcoholics Anonymous :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된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고, 그 모임을 유지하는

12단계라는 규칙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단주를 돕기 위한 모임인 A.A. 모임은

12단계를 잘 지키도록 서로 격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A.A. 모임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 전 자신을 소개할 때

"안녕하십니까? 알코올 중독자 ###입니다."

라고 한다.

스스로 중독자임을 고백하는 것인데,

12단계의 1단계는 위에 설명한 병식에 관한 것이다.

1단계. 우리는 알코올에 무력했으며, 우리의 삶을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1단계는 스스로를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술 앞에서 무력한 자신을 고백하고, 삶의 통제권을 술에 빼앗겼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게 뭐가 힘들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밑바닥까지 꺼내서 스스로 인정하는 것 쉬울  없다.

빈말로 외우듯이 이것을 말하는 중독자도 있다.

하지만 1단계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인 사람은

일상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치료자는 환자들이 이 1단계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어 1단계 이후에 많은 보상을 주는 병원도 존재한다.

그만큼 병식의 유무는 치료에 매우 중요하고

빈말이라도 1단계를 스스로 표현해 보는 경험이 치료에 좋은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은 1년 단주율이 10% ,

이 10%가 5년 단주를 유지할 비율은 또 10%이다.

100명 중에 5년 단주를 유지하는 이는 1명 정도라는 것이다.

(최근에 1년 단주율 5명 1명이라는 문헌도 있었다.)

많은 환자들이 중독병동에 입원을 하고,

또 많이 퇴원한다.

퇴원한 환자는 술로 인해 만신창이가 돼서 다시 입원한다.

많은 치료자들이 이런 현상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중독 치료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현장을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12단계를 통한 회복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것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12단계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1단계도 넘어서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알코올에 무력했으며, 우리의 삶을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환자들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 말이

사실 나에게, 치료자에게, 또는 중독자의 가족에게 먼저 필요했다.


우리는 알코올 앞에 무력하다.

나도 그렇다.

전문가 코스프레는 버려야겠다.

중독에서의 회복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료자랍시고 관여 할 수 있는 전쟁도

아니다.

다만 지켜보고, 옆에 있고, 기다다려 주는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A.A.
 A.A는 멤버들의 공동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되도록 그들을 돕기 위해 서로 간의 경험과 힘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남녀들의 공동체입니다.
술을 끊겠다는 열망이 A.A. 의 멤버가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입니다.
A.A 멤버에게는 가입비나 사례금이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부금으로 자립하고 있습니다.
A.A. 는 어떠한 종교나 종파, 정치나 조직 혹은 학회와도 동맹을 맺고 잊지 않으며 어떤 논쟁에도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어떤 주장에 찬성하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근본 목적은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끊도록 돕는 것입니다.
A.A 12단계
1단계 : 우리는 알코올에 무력했으며, 우리의 삶을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2단계:우리보다 위대하신 힘이 우리를 본정신으로 돌아오게 해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3단계:우리가 이해가게 된 대로, 그 신의 돌보심에 우리의 의지와 생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4단계:철저하고, 두려움 없이 우리 자신에 대한 도덕적 검토를 했다.
5단계 :우리의 잘못에 대한 정확한 본질을 신과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 시인했다.
 6단계 : 신께서 이러한 모든 성격상 결점을 제거해 주시도록 완전히 준비했다.
7단계 : 겸손하게 신께서 우리의 단점을 없애 주시기를 간청했다.
8단계 : 우리가 해를 끼친 모든 사람의 명단을 만들어서
 그들 모두에게 기꺼이 보상할 용의를 갖게 되었다.
9단계 :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어디서나 그들에게 직접 보상했다.
10단계 : 인격적인 검토를 계속하여 잘못이 있을 때마다 즉시 시인했다.
 11단계: 기도와 명상을 통해서 우리가 이해하게 된 대로의 신과 의식적인 접촉을 증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그의 뜻만 알도록 해주시며,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간청했다.
 12단계 : 이런 단계들의 결과, 우리는 영적으로 각성되었고,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으며, 우리 일상의 모든 면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실천하려고 했다.


A.A 외 G.A(도박) N.A(약물) 등 상황에 따른 여러 자조 모임이 있습니다.


중독을 공부할 때 알코올 중독을 기본으로 하게 됩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 외에는 모든 중독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읽으셨다면,

 '알코올'을 그 문제로 바꾸어서 다시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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