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나서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운동을 시작한 일이었다.
나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한창 운동 열풍이 불며 '오운완'을 외치던 사람들 속에 나는 꿋꿋이 내 자리를 지키며 살크업을 했다. 헬스나 조깅은 노잼이었고, 간간히 테니스나 서핑 등의 운동에 잠깐씩 빠지기도 했지만 그마저 내 맘 같지 않았다. 어떤 운동이든 10분~20분 이상 하고 나면 덜덜 떨리는 팔다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니 운동이 재밌을 리가. '직장인이 꾸준한 운동을 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논리로 쉽게 포기했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밤 고된 일로 고생한 나를 위해 셀프로 푸짐한 저녁과 디저트를 대접했다. 그 덕에 몸무게는 나날이 신기록을 경신했다. 가끔씩 몸무게에 충격받아 다이어트를 다짐하며 닭가슴살을 구매하기도 했다. 식사량을 급격하게 줄이며 닭가슴살만 먹어 보고, 2~3일 후 체중이 조금 빠진 것을 확인한 후 약간의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러나 운동 없이 식사 조절만으로 체중이 줄어드는 건 한계가 있었다. 줄였던 식사량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폭풍 식사를 했고, 몸무게는 다시 제자리였다. 30대라 살이 안 빠지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또 한 번의 기적의 논리로 나를 변호하고 빠르게 포기를 한 후 '맛있는 거나 먹고, 술이나 마시자'며 야무지게 살을 찌워 나갔다.
답 없는 생활의 결과로 퇴사 직전 나의 몸은 쓰레기 중에 쓰레기 몸이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고, 건강검진 결과로 초기 비만과 고혈압 위험군이 나왔다. 체지방률이 40%가 넘었고, 내 몸 안에서는 내장 지방, 복부 지방 할 것 없이 지방들만 활개를 쳤다. 트레이너인 친구는 내 인바디 결과를 보고 일상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몸의 균형도 조금씩 무너져 갔다. 원래 근육이 없는 몸이라 복근에 힘이 없어 허리가 자주 아팠었는데 살이 찌면서 허리, 무릎 등 곳곳이 더 아프기 시작했다. 아빠다리하고 앉기, 짝다리 짚기 등 몸에 안 좋은 습관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상황이 점점 악화되었는데 그 심각성 마저 깨닫지 못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 목을 가누기 힘들어 일어나지 못하는 날도 있었고, 담 걸린 것처럼 며칠을 지속되는 허리 통증에 정형외과나 마취통증의학과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퇴사 후 무너진 건강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큰맘 먹고 10년 만에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 첫날에 유산소로만 160kcal를 소모했다. 점차 유산소로 칼로리 소모를 늘려 나갔다. 유산소만 하다가 쭈볏쭈볏 웨이트 존에도 들어가 보았다. 유튜브로, 또 사람들의 운동을 구경하며 기구 사용법을 배워 나갔다. 반드시 주 3회 이상은 나가자고 다짐했고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4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요즘은 유산소에 웨이트까지 야무지게 1시간을 보내고 온다.
사람들이 왜 운동을 하라고 하는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인바디 결과와 웨이트 중량을 늘려가는 재미와 성취감이 있다. 10년 동안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았던 몸이라 시작하자마자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요즘도 나는 인바디 결과지를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매일 뿌듯함을 느낀다. 운동 초반에는 아프던 허리도 코어운동이나 스트레칭을 적절히 병행하면서 점차 완화되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일이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제 술 대신 헬스장을 찾는다. 특히 자잘한 생각들이 많을 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있다는 게 일상의 지지가 되어준다. 퇴사 후에 출근과 퇴근 같은 루틴 한 생활이 없어 내 생활을 잘 지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나도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지만 지구력이 없는 나는 쉽게 포기하곤 했었다. 그래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꾸준한 사람이었다. 4개월이지만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게 매일 나 자신을 우쭈쭈 해줄 만큼 너무나 뿌듯하다.
가끔 운동이 죽어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이불 밖에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날. 그러나 꾸역꾸역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오운완을 하고 헬스장을 나올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운동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