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헤드헌터나 지원자에게 피드백 받아야 시행착오 줄일 수 있어
헤드헌팅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한 달,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이 사업의 성패는 기업이 제시하는 JD의 온전한 이해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 헤드헌터가 가져온 수십 여 건의 채용 포지션 중에는 이제 막 실무에 들어선 초보 헤드헌터는 어시스턴트(이하 서브) 역할을 맡는다.
처음 하는 일이고 산업 분야도 IT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가 많고 건설, 제조, 유통 등 그동안 일해왔던 분야인데도 낯선 채용요건(Job Description)을 지닌 포지션도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배들에게 몇 차례 물었더니 고객사를 발굴한 메인 헤드헌터 역시 자신의 성과 도출에도 바빠 후보자에게 연락해 먼저 이력서를 받으라고 한다.
특히, 아직 전문성이 적은 초보 헤드헌터라면 후보자의 JD 적합 여부를 취업포털 사이트의 이력서에 후보자가 공개한 이메일이나 핸드폰 등 연락처에 제안 내용을 보내 회신을 받으면서 기업이 찾는 인재상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누구보다도 후보자 자신이 해당 직무가 본인의 담당 분야인지 희망 직무인지 판단할 수 있고, 제시된 연봉 수준 등 근무 조건의 만족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 해당 JD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생각 속에 포지션 제안 메일을 보내 후보자로부터 이력서를 받아보면, 취업포털 사이트에 기술해놓은 경력과 상반돼 난처함을 겪을 때도 있다.
프랜차이즈나 매장 가맹점 단말기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POS 시스템개발 포지션을 오픈한 중소기업이 있었다.
유관 경력과 학벌을 따지지 않는다는 요건에 따라 글자 그대로 시스템 개발 경력 요건이 충분한 후보자를 찾아 추천했다.
하지만, 후보자 이력서를 받아 메인 헤드헌터에게 보내자 하드웨어 개발자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는다는 피드백과 함께 직원들에게 단체 메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JD 추가사항을 공유해왔다. 전혀 다른 경력의 후보자였던 것.
알고 보니 POS 시스템의 하드웨어 개발 분야는 프랜차이즈, 유통업계에서 단말기 사용 매장이 급증하면서 관련 인력은 많은데, 기업의 솔루션을 해당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자를 찾고 있던 것이다.
후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자초지종을 회신하고 나서 '그러려면, 애초 JD에 POS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자라고 언급하던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뒤이어 해당 포지션의 '시스템 개발'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 채 시간을 허비한 초보 헤드헌터의 잘못임을 깨닫게 됐다.
또 다른 사례는 중견 건설회사에서 건축 현장과 자재구매 경력이 있는 2군 건설업체 이상 출신의 외주구매팀장 포지션을 찾는 것이었다.
건축을 전공했고 친구들이 건설회사에 있는 탓에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잡코리아와 사람인 등 취업포털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허사였다.
'외주는 뭐고 구매는 뭐지'란 생각에 건설 인력만을 중개하는 전문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공무나 자재관리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아 반나절 가량 찾다가 메인 헤드헌터에게 문의하자 포지션 설명회를 하겠다며 회의를 소집했다.
외주구매란, 건축공정에 있어 토공사부터 조적, 골조, 미장, 방수, 창호, 도장, 석 공사 등 각 공종별로 외주업체를 선정하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구매하는 포지션이다.
대한건설협회는 매년 건설회사 도급순위를 발표하는데, 개별 건설 회사가 시공능력에 적합한 공사를 맡도록 한계를 정한 구분 지표로서 도급한도액을 나열한 것이다. 일종의 시공능력 평가액으로 15위까지가 1군이요, 100위까지가 2군, 이어 3군으로 나뉜다.
특히 3군 이하의 건설 회사에선 공무구매라는 이름으로, 1, 2군 건설회사에서는 외주구매라고 하여 자재관리 파트와 분리해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
채용을 요청한 회사는 자체나 관급 발주 공사에 주력하는 회사라 유관 공종 분야의 외주업체 발주 경험과 네트워킹 능력을 지닌 적임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메인 헤드헌터의 설명회가 끝나고 심기일전해서 찾아보니 도급순위 15위권 안에 드는 1군 건설업체 출신의 후보자 2인을 찾아 연락했더니, 그사이 한 후보자는 선배 헤드헌터와 진행하고 있다고 피드백해왔다.
아차! 싶었고, 다른 한 명의 후보자에게 연락해 이력서를 받아 메인 헤드헌터에게 보내니 0순위는 아녀도 0.5순위 되는 것 같다며 고객사에 추천했다.
헤드헌터에게 JD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 시크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