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막달과 과잉 걱정
임신하고 제일 많이 갔던 게 창고형 대형마트였는데 그곳은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기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어느덧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트를 한 바퀴 쭉 돌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냥 저렇게 매일을 사는 사람과 다를 게 없는데 왜 그렇게 슬펐을까 하며 기분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경이 끝나면 출구 쪽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거기서 하루는 커피 한잔 또 다른 하루는 아이스크림 하나 이런 식으로 그날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먹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내가 위안받던 그곳에서 늘 마주쳤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 옆에는 항상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같이 있었는데 엄마와 아들이 분명했다. 그 엄마의 카트에도 물건이 딱히 없었고 같이 있던 아들은 엄마와 마트 안을 번갈아가며 구경하기 바빴다. 그리고 카페테리아에서 꼭 아들은 아이스크림 엄마는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3번 정도 방문하면 한 번은 꼭 마주쳐서 꽤 기억에 남는 모자였다. 그 당시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여자도 나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에너지를 얻으려 한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은 여전히 갈대처럼 이리 휘고 저리 휘었지만 시간은 흘렀고 마침내 그날이 다가왔다. 새벽부터 시작된 진통은 꼬박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배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다가도 힘내겠다고 꾸역꾸역 햄버거를 먹는 내 모습에 조금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이상했다. 그렇게 무섭던 출산이었는데 막상 진통이 시작되니 잘 낳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궁문이 5cm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병 원덕에 걷지도 앉지도 못할 만큼 아프다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었고 진통이 시작한 지 약 18시간 정도 됐을 때 드디어 나는 나의 딸과 만날 수 있었다. 출산의 두려움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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