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지 않는 시, 하루 시 하나011
갖 꺾인 생화 다발을 들고
무덤에 갑니다
익숙한 날짜가 적힌 돌 옆에
산 꽃들 뭉쳐 놓은 다발을 내려 놓습니다
오래 전에 선물 받은 꽃이 죽었습니다
말라 죽은 꽃을 들고 살아있는 기억에 갑니다
생화 다발을 들고 무덤에 가듯
죽은 꽃을 움켜쥐고 살아있는 그곳에 갑니다
마른 꽃도 젖은 꽃도 나를 향해 비웃습니다
무엇이 살았으며 무엇이 죽었냐고
여름 날 빨래보다 마른 꽃 속에 코를 파묻습니다
여전한 향기가 살아있는 그곳으로 데려갑니다
죽어도 살아있고 살아도 죽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