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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서영 Sep 30. 2024

고치지 않는 시

고치지 않는 시, 하루 시 하나030

고치지 않는 시


그랬지

간절할 것도 뜨거울 것도 없어야 한다고

원망할 것도 미운 것도 없어야 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젓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더이상

간절하지 않기 위해 간절하게 썼다

뜨겁지 않기 위해 끝까지 태웠다

넓게 눈을 감고 깊게 숨을 고르며

지우기 위해 기록했고

잊기 위해 기억했다


그러나

그건 한 철 꽃잎이 아니라 계절을 품은 나무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기적같은 세상의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이는

늙을 것이다

순식간에 노인이 되고 말 것이다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보다 두려운 건

피운 적 없이 시드는 일


괴롭고 힘들고 외로울 지라도

감각이 잠들지 않는 삶

누군가 버린 감각을 모으는 일


오랜 존재를 위해 완전한 부재를 택하는 방식으로

너의 세계에서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다만,

네가 그렇게 바라던 방식으로



고치지 않는 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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