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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Oct 02. 2018

#212 다시, 한 달간 채식하다

Vegetarian & Gluten-free Meal Challenge

오랫동안 찾아오지 못한 브런치에, 이번 달의 챌린지인 글쓰기를 핑계로 다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올해 6월 진행했던 채식 챌린지에 대한 기록이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는데, 블로그 조회수 1위를 꾸준히 찍고 있는 것이 작년의 채식 챌린지 글이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나 또한 좋은 결과를 느꼈던 만큼 올해에도 채식 챌린지를 다시 한 번 진행했고, 아마 앞으로도 1년에 한 달쯤은 꼭 채식 챌린지를 넣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기간이 좀 더 길어지면 좋고!


*작년의 챌린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링크로: 


[결과보고] 우선 6월의 채식 챌린지 진행 결과는 아래와 같다.

6월 2일은 생일이고 친구가 소고기 미역국을.. 요리해줘서 예외를 두었다 :) 30일은.. 친구가 시킨 리조또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먹다가 그 안에 들어간 닭가슴살을 발견 못하고 먹어버렸다. 


사실 작년에 채식 챌린지를 할 때는 내가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옵션이 더 많았다. 식당에서 vegetarian 메뉴를 찾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에서 같은 챌린지를 진행했기 때문에 먹거리 선정이 중요했다.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전략(?)으로 한 달의 채식을 이어올 수 있었다.



채식의 궁극, 쥬싱을 만나다 


올해 내 식단을 가장 크게 바꾼 +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쥬싱이었다. 

넷플릭스에서 Fat, sick and nearly dead 라는 다큐를 본 것이 시작이었다. 


과체중과 자기 면역성 질환으로 고통받다가 쥬싱을 시작한 조 크로스(Joe Cross)가 만든 다큐였다. 

병이 너무 장기화되어서 약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그가 선택한 것은 60일간의 채식. 그것도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착즙한 주스만을 마시는 방식이었다. 쥬싱을 하게 되면 그냥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채소를 먹게 되므로 채소가 갖고 있는 건강한 성분을 훨씬 더 많이 몸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60일간의 쥬싱을 통해 그는 정상제충으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몸의 면역체계를 되찾고 오랫동안 복용해야만 했던 약도 끊을 수 있었다.


건강에 매우 초점이 맞춰진 내용이었지만, 마침 내 면역체계도 많이 무너졌던터라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고 채식 챌린지를 맞이한 김에 쥬싱도 시도해보자 싶어 바로 착즙기를 질렀다. (다행히 잘 쓰고 있다!)


실제로 해보니 정말정말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아래 사진 중 첫 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왼쪽 재료가 모두 들어가야 두 잔의 온전한 쥬스가 나온다. (오이2 샐러리3 사과2 생강1 레몬1/2 시금치 케일) 그러니 값으로는 싼 게 아니지만 정제수조차 안 들어간 순수 과채주스이니 몸에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이렇게 착즙한 주스를 먹으면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 귀찮기는 하지만 몸에는 가장 좋을 것 같다. (귀찮다고 하지만 씻고 잘라서 넣으면 끝인거라 요리만큼 귀찮지는 않다.) 다음에 정말 큰 마음 먹는다면 30일을 쥬싱만으로 하는 것도 도전해 볼 용의가 생길 수준이었다. 


하지만 역시 매번 장보고 직접 갈아먹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가끔은 시중에서 비슷한 착즙 주스를 구매해 먹기도 했다. 아임리얼이나 스타벅스의 올가니카 주스, 신논현역의 마이디주스 등을 이용했다. 아무래도 대중의 입맛을 잡으려면 당도가 높아지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일반 주스보다는 훨씬 몸에 좋을 것이다. (비쌈주의. 하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그 가격을 인정하게 되었다.)


매 끼를 이렇게 먹지는 못하더라도 아침 대용이나 주말 간편한 식사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비슷한 주스를 여러 번 해먹어서 사진은 많이 없지만 한 달동안 10번은 넘게 해 먹은 것 같다.


[주스 레시피 몇 가지]

- 민그린: 사과2 레몬1 생강1 샐러리2-3 쌈케일5-6장 시금치6-7개 

- 핑크파워: 비트1-2(크기에 따라) 사과2 샐러리1 당근1 레몬1  

- 오렌지당근: 오렌지1 당근2 오이2 브로콜리 사과1/2

+ 이 외에도 인터넷에 'jucing recipe' 라고 찾아보면 많은 레시피를 찾을 수 있다. 레시피를 쓰지 않더라도 사과가 들어가면 왠만하면 맛있으므로 있는 야채 갈아넣으면 된다. (사과씨는 너무 많이 먹으면 독성이 있다고 들어서 모두 빼고 갈았다.)



그 외 내가 먹은 음식들


1. 야채요리: 오븐요리 / 칠리&허머스 / 버섯양파볶음 / 카레

칠리: 칠리 캔을 산 다음 토마토소스와 각종 야채를 섞어 졸여서 만들었고 밥이나 그릭요거트랑 먹었다.

팔라펠&허머스: 직접 만들어보려다가 3시간 넘게 걸리고, 믹서기도 망가지고....ㅠㅠ 결론은 사먹자

버섯양파볶음: 버섯과 양파, 파프리카 등을 올리브유와 약간의 고추장에 볶는건데 정말 맛있다

오븐요리: 말 그대로 오븐에 각종 야채를 굽는 요리인데 25분쯤 찐다음 오븐에 구우니 촉촉하면서도 맛있었다

야채카레: 두부, 각종 야채와 렌틸콩 등을 넣어서 배도 부르고 아주 맛있었다


2. 샐러드/포케류

프레시코드 (https://freshcode.me): 맛으로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더 좋아하지만 건두부 샐러드도 맛있다.

훅트포케 (https://www.instagram.com/hookedpoke): 배민라이더스에서 시킨 후 완전 사랑에 빠짐. 비건볼에 현미밥을 추가하면 포만감도 있고 고소하고 정말 맛있다. 7번은 먹은 듯. 

피그인더가든: 강남역에 있었던 샐러드집. 외식인만큼 가격은 좀 있지만 맛있었다.




3. 한식: 두부김치 / 된장찌개 / 미역국

한국에서 도전하는 만큼 한식 많이 먹어보려고 했는데 돌아보니 의외로 많이 안 먹었다.


4. 외식: 사천 건두부볶음 / 허궈 (야채만) / 베트남쌀국수 (고기빼고) / 인도 커리 (고기 빼고)

이 중 건두부볶음 너무 맛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건대 차이나타운이나 대림 사천음식점 가면 팔텐데, 고소하고 매콤하고 정말 맛있다.



채식의 효과

이번에는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반 수준으로 줄이고, 주3회 정도의 운동과 함께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약 2kg 정도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채식만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채식은 윤리적 선택이거나 건강을 위한 선택일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체중 감량에 최선의 식단인지는 모르겠다.


건강에 있어 속이 편하다는 것은 채식을 할 때마다 느끼는 장점인 것 같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니 몸이 훨씬 가볍게 느껴지고 에너지가 생긴다. 물론 쥬싱 초반에는 이 정도 양의 input 에 몸이 적응되지 않아서(?) 좀 힘들기도 했지만 익숙해지면서 더 좋아졌다. 



총평 및 향후의 계획

이번 글도 최근 흥미롭게 본 영상 하나를 공유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말 정말 controversy 한 이슈일 수 있는데 과감하게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해서 다룬 Nas Daily 라는 페이스북 채널의 영상이다.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본질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다룬 것이 인상깊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가엽게 여길 수 있다면, 다른 동물도 그렇게 여길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완벽하지 않지만, 이렇게 가끔 의도적으로 채식을 선택해보는 것 만으로도 훨씬 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확실히 작년보다 올해, 챌린지를 하지 않을 때도 채식을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변화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배척보다는 점진적인 노력이 더 실용적이라고 믿는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을 세워 지키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을 키우기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향해 더 여러번 그런 선택을 내리도록 노력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보다는 ~했을때의 즐거움으로 행동하는 삶이 더 행복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채식을 선택한 한 달은, 역시 행복했다.



*이 포스트는 열두달 Life Detox Challenge 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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