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에서 당일치기
2019년 2월, 나 홀로 2주 간 독일을 여행했다. 내 생애 첫 유럽 여행이라 비행기 탈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렵고, 그냥 가지 말까 하는 고민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여행을 못 갈 거 같았다. 파워 J의 저력을 발휘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결과적으로 아주 안전하게 잘 놀고 왔다. (덕분에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독일 내에서 마음껏 기차를 탈 수 있는 유레일 패스를 끊어 거의 매일 도시를 이동하며 꽤 많은 곳을 다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가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 이른바 로텐부르크였다. 그래서 거실에 로텐부르크 풍경이 그려진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그리고 언젠가 엄마 아빠에게도 꼭 이곳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우리는 VGN(Verkehrsverbund Großraum Nürnberg), 즉 뉘른베르크 광역 교통 연합권에서 운영하는 교통권을 끊어 이른 아침 뉘른베르크역에서 출발했다. 한편 로텐부르크까지 가려면 기차를 2번 갈아타야 한다. 첫 차라 그런지 정시 출발해서 첫 환승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다음 환승지를 앞두고 도착 지연이 떴다. 함께 탄 사람들 모두 로텐부르크로 가는지 웅성웅성했다.
DB 어플에 다음 환승역 플랫폼이 떴다. 바로 옆이 아니었다. 2019년에 가 본 경험을 토대로 내가 비장하게 동선을 설명했다. 마침내 Steinach역에 도착했다. 역시 모든 승객들이 로텐부르크를 가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다 같이 기차를 내리자마자, 출구 계단을 내려가 통로를 거쳐 로텐부르크행 기차 플랫폼으로 달렸다. 나는 엄마를, 동생은 아빠를 책임지고 달렸다. 엄마와 내가 먼저 플랫폼에 도착해 우리가 탈 기차를 보고 깨달았다.
"급하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기관사 아저씨가 연착한 기차에서 내려 달리는 승객들을 창문으로 여유롭게 내다보는 걸 보고 말이다. (어차피 로텐부르크까지 가는 기차라 정시 출발하지 않아도 되는 듯하다) 여하간 시골 인심 넘치는 기차를 타고 로텐부르크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로텐부르크에서 제일 유명한 플뢴라인(Plönlein)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전에 사진에 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가는 길마저도 예뻐서 계속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플뢴라인(Plönlein)은 작은 평원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Y자 형태로 길이 갈라지면서, 목조 주택을 사이로 성문탑인 지버스 탑(Siebersturm)과 코볼첼 탑(Kobolzeller Turm)이 보이는 곳이다. 거의 5년 전에 왔을 때와 똑같아서 반가웠다. 사람 없을 때를 노려 우리는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카테 볼파르트(Käthe Wohlfahrt)로 갔다. 이 매장은 여러 곳에 지점이 있는데 로텐부르크 매장이 본점이자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1년 내내 온갖 종류의 크리스마스 소품을 판매하고, 내부는 마치 크리스마스 테마파크처럼 꾸며져 있다. (참고로 내부에서 사진 촬영 금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5년 전에 왔을 때보다 더 화려한 느낌이었다.
카테 볼파르트 구경을 마치고 나니 허기가 졌다.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구글 평점과 후기도 애매해서 고민되었다. 그냥 마르크트 광장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골랐다. 16세기 건물을 활용한 식당이라는데 그에 걸맞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우리가 앉은 곳 가까이에 있던 중세 기사 갑옷 앞에서 아빠 독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사진을 찍어주겠다 하면 빼는 법이 없다!)
가족끼리, 특히 성인 남자 둘과 오니 여러 메뉴를 시켜 먹어볼 수 있는 게 좋았다. 엄마랑 둘이 다닐 때는 메뉴 하나도 벅찬데, 아빠와 남동생이랑 가면 음식 부족한 걸 걱정해야 한다. 슈니첼, 함박스테이크, 미트볼 등 고기 요리를 종류별로 주문했다. 감자는 어느 메뉴에나 빠지지 않고 나온다.
마르크트 광장(Market Platz)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12시가 지나 방문했다. 하지만 점포들이 문을 이제 막 열기 시작한 듯했다. (역시 마켓은 해 질 무렵부터가 시작이다!)
열리는 점포들을 구경하다 헝가리 전통 음식 란고쉬(Lángos)를 사 먹었다. 헝가리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계핏가루와 흑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유럽식 호떡 같다. (나는 한국 호떡이 백 배 더 맛있다!)
로텐부르크는 도시가 크지 않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한참 걸릴 거 같아 예정보다 일찍 기차를 타기로 했다. (5년 전에 혼자 왔을 때는 로텐부르크와 밤베르크 두 도시를 당일치기로 여행했다.) 다시 와도 좋은 로텐부르크에서 잘 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