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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08. 2023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2.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자긍심>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장마르크의 편지는 샹탈로 하여금 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매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스포트라이트가 샹탈에게 엄청난 자기만족, 혹은 자긍심이라는 감정을 부여한 것이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보석이 있는지를 알았을 때,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p40


� 도서

<정체성> 밀란 쿤데라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 영화

Her (그녀)


� 음악 & 뮤직비디오

넌 할 수 있어_강산에

VIBE_태양 (feat. Jimin of BTS)

Madeleine Love_CHEEZE 치즈

니가 참 좋아(I Really Like You)_10cm (원곡 쥬얼리)







사전적 의미로 '자긍심'이란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이고, '긍지'란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이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당당해지는 것'이다. 자존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자기 효능감과 비슷하다. '자기 효능감'이 바로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신념과 기대'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많이 무너지는 순간은 다른 사람이 나를 무너뜨리는 때가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내가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다.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그게 되겠어?' '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는 말에 '그런가?'라고 갸웃하는 순간,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에 나의 신념이 아닌, 남의 말에 휘둘리고 만다. 이런 무력감이 찾아올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시간만 축낸다면 후회만 남는다. 그러니 당장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시도하는 게 좋다. 하다못해 기지개라도 힘껏! 



이럴 땐 어떻게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은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론 시도 해보고 안 되더라도 '아님 말고'의 정신으로 밀고 나간다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에 나오는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처럼 '자긍심'이 있다면 말이다.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당당히 꿈을 펼쳐도 좋지 아니한가!



넌 할 수 있어_강산에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수 없이 너무 힘들다 해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 있으니


어려워 마 두려워 마 아무 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 있으니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정체성이 아닌, 자긍심을 밀란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이 소설에 설치한 장치가 흥미롭다. '장마르크'는 상심해 있는 자신의 연인 '샹탈'을 위해 '시라노'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 사랑의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이다. 


요즘으로 치면, 편지 대신 익명의 SNS 계정을 하나 만들어 소통하면서 상대가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인정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언뜻 권태로운 부부나 연인 사이에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또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다. 적절히 자긍심만 불어넣어 주면 만사 OK인데, 상대가 진짜 가상 인물과 사랑에 빠진다면?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가 OS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사랑하게 됐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Siri를 사랑한다고나 할까.





장 마르크는 그녀의 관찰자 시점에서 장점만을 찾는 시라노가 된다.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려주다 보니, 어쩐지 점점 그녀가 더 사랑스러워진다. 동시에 그녀 역시 본 적 없는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선순환이 일어난다. 자긍심이 발현되는 것이다. 



다만, 장 마르크는 자신이 만든 가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라노의 편지를 소중히 다루는 샹탈의 행동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녀는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자신의 연인이 아닌 다른 이성이니까. 소설은 타인을 통해 확인하고 타인에 의해 변하기도 하는 정체성에 대해 다룬다. 



태양의 '눈, 코, 입'은 사랑스러울 것 같은 제목과 달리 헤어짐으로 인한 아픔과 절절함이 담긴 노래다. 사랑을 할 때 사랑을 노래하기는 쉽지만, 사랑이 끝나갈 때 사랑을 노래하기는 어렵다. 순애보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태양의 이 노래가 그래서 더 많이 사랑받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태양은 그녀와 다시 잘 만나 결혼까지 이른다. 오랜 공백기간 후에 내놓은 'VIBE' 역시 극강의 단맛이긴 하지만, 사랑꾼의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토록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데 상대가 어찌 그만큼 사랑스럽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있을까.



VIBE_태양 (feat. Jimin of BTS)


[Verse1]

말론 표현할 수 없지만

Girl, You gotta know

you got that vibe

네 미소는 Fine Art

내 영혼을 깨워

You got me feeling so right yeah

It's vibe yeah eh

This gon' be the one

and only theme song

너에게만 고정된 내 시선

내겐 너란 하나뿐인 Mission

불가능은 없어

Baby lights camera action

나란 음악 위에 너는 Topline

너란 도시 위에 나는 Skyline

넌 내 영화 속에 Highlight

어두운 밤하늘 끝에 Twilight

Just gets better

너를 처음부터 정주행하고 싶은 매력

You don't know I want your love

(know I want your love)

이 밤이 끝나기 전에 Baby


[Chorus]

You know we got that vibe baby

(해 뜰 때까지)

Look at me, look at me,

느낌이 나지

Look at me, look at me,

느낌이 나지

You know we got that vibe baby

(해 질 때까지)

Look at you, look at you

느낌이 나지

느낌이 와 It's a vibe


[Verse2]

This gon' be the one and only Anthem

감각적이야 Sixth sense 반전

짜릿해 손만 잡아도 감전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내 세상은 암전

나란 무대 위에 너는 Spotlight

너란 한강 위에 나는 남산

더 완벽할 순 없잖아

어두운 밤하늘 끝에 Twilight

I could feel it

너란 공간에 갇혀버렸어

You're my Matrix

You don't know I want your love

(know I want your love)

이 밤이 끝나기 전에 Baby


[Chorus] 반복


[Bridge]

Look at the stars

밝게 빛나는 달

All through the night

우릴 비춰주고 있잖아

날 보는 너의 눈빛과

진동을 계속 느끼고 싶어

(You gtta know you got that vibe)


[Chorus] 반복





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리 삶의 방향을 우리가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일쑤니 말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행복은 우리 삶이 추구해야할 목적도, 그렇다고 당연한 것도 아니다. 이는 선택일 수 있다. 내가 행복하기로 마음 먹는 것 말이다. 다만, 그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개개인마다 다르기도 하고,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있겠다. 나의 행복할 자유가 타인의 행복할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되니까.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을 연구해온 에드 디너 교수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라고 했다. 한 번의 커다란 기쁨이 아닌 소소한 기쁨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진화의 산물로 본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자연이 설계했다는 것. 그러니 행복하기 때문에 살아지는 것이고, 살아 있다면 지금 행복한 것이다. 



사랑과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지속될 때 우리는 살아가는 이유와 힘을 얻는다. 곁에 누군가 같은 마음일 때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CHEEZ(치즈)의 'Madeleine Love'는 서로가 서로를 웃음짓게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더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인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다. 자긍심이 생긴 것이다.



Madeleine Love_치즈 CHEEZE


[Verse 1]

오늘 같이 싱그러운 날

길거리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문득 지나가다 거울을 보면

오늘 내 모습은 좀 예뻐 보이네


이다가 널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날씨가 좋다고 뻔한 

말이라도 건네볼까

어색한 장난이라도 용감하게

오늘은 널 웃음 짓게 만들 거야


[Chorus]

I'm in madeleine love

I'm in madeleine love

I'm in madeleine love


[Verse 2]

오늘같이 햇볕 좋은 날엔

매일 걷던 거리도 지겹지 않아

문득 지나가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도 이 정도면 잘생겼네

이따가 널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날씨가 좋다고

공원이라도 좀 걷자 할까

짓궂은 장난이라도 용감하게

오늘은 널 웃음 짓게 만들 거야


[Chorus] 2번 반복




자긍심을 위해 꼭 연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느끼고, 자긍심이 자라기 위해 타인의 사랑이나 인정, 칭찬을 받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스스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남과 비교하기 보다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을 관찰하고 감사하다 보면, 세상이 모두 내 편 같고 스스로도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감사의 일기를 쓰라는 말이 일리가 있는 셈이다.



자긍심, 즉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단단한 사람이 주는 사랑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이런 안정감은 다시 선순환을 일으켜 상대도 자연스럽게 더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노력은 그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자신과 상대와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내 안의 자긍심은 저절로 더욱 커져갈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니가 참 좋아(I Really Like You)_10cm


[Verse 1]

온종일 정신 없이 바쁘다가도 

틈만 나면 니가 생각나

언제부터 내 안에 살았니

참 많이 웃게 돼 너 때문에 난


친구들 속에 너와 함께일 때면

조심스레 행복해지고

어쩌다가 니 옆에 앉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 걸


[Pre-Chorus]

어느새 너의 모든 것들이 

편해지나 봐

부드러운 미소도 

나지막한 목소리도 


[Chorus]

you 아직은 얘기할 수 없지만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사랑이라 말하긴 어설플지 몰라도

아주 솔직히 그냥 니가 참 좋아


[Verse 2]

친구들 속에 너와 함께일 때면

조심스레 행복해지고

어쩌다가 니 옆에 앉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드는 걸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괜스레 발끝만 보게 되고


[Pre-Chorus]

조금씩 내 마음이

너에게 가고 있는 걸

이 세상에 두 사람

너랑 나만 몰랐나 봐


[Chorus 2]

you 얼마나 잘 할지는 몰라도 

나 니 곁에 서고 싶어 정말

하루 하루 점점

더 커져가는 이 느낌

다른 날보다 그냥 니가 참 좋아


[Bridge]

손 잡을 때는 어떨까 

우리 둘이 입맞춘다면


[Chorus 1] 반복


[Outro]

입맞출 때는 어떨까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비루함(낙담) / 2.자긍심 / 3. 경탄 / 4. 경쟁심 / 5. 야심
6. 사랑 / 7. 대담함 / 8. 탐욕 / 9. 반감 / 10. 박애
11. 연민 / 12. 회한 / 13. 당황 / 14. 경멸 / 15. 잔혹함
16. 욕망 / 17. 동경 / 18. 멸시 / 19. 절망 /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 22. 호의 / 23. 환희 / 24. 영광 / 25. 감사
26. 겸손 / 27. 분노 / 28. 질투 / 29. 적의 / 30. 조롱
31. 욕정 / 32. 탐식 / 33. 두려움 / 34. 동정 / 35. 공손
36. 미움 / 37. 후회 / 38. 끌림 / 39. 치욕 / 40. 겁
41. 확신 / 42. 희망 / 43. 오만 / 44. 소심함 / 45. 쾌감
46. 슬픔 / 47. 수치심 /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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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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