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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09. 2023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경탄(admiratio)이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

<에티카> 스피노자


<경탄> 사랑이라는 감정의 바로미터

다른 관념과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는 특수한 관념,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다른 것과 비교 불가능한 관념을 말한다. 지금까지 실물로 본 적 없는 거대한 폭포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입만 바보처럼 벌리고 경탄하게 된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이기 때문이다. 칸트가 말한 ‘숭고’의 감정이 바로 경탄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51



�영화

클리프행어


� 도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산책> 로베르트 발저


 음악 & 뮤직비디오

Cliffhanger(클리프행어) Intro scene

Epitone Project(에피톤 프로젝트)_firtst love (첫사랑)

미소 속에 비친 그대_신승훈

Parachute_John K

환생 (Rebirth)_레드벨벳 (원곡 윤종신)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경탄은 '몹시 놀라며 감탄하다'는 의미다. 라틴어 사전을 검색해 보니 admiratio는 '놀라다'로 적혀 있다. '숭고'는 '뜻이 높고 고상하다'는 뜻.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해서 칸트가 말한 ‘숭고’를 또 찾아 본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경이로운 존재(혹은 자연)에 압도당하면서도 ‘쾌감’ 즉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 정의해 보았다. 문득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른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기에 압도당하는 예술품 앞에서, 입이 떡 벌어질 풍경 앞에서,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어떤 존재 앞에서 기적과도 같은 놀라움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경탄'이다.



레니 할린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클리프 행어(Cliffhanger) 속 자연의 풍경은 그야말로 신비에 가깝다. 미국 로키 산맥이 배경인 영화인데, 촬영지가 알프스 산맥의 일부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이라고 한다. 영화 음악은 트레버 존스(Trevor Jones)가 맡았다.



Cliffhanger(클리프행어) Intro scene



어쩐지 이 '경탄'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자주 접하기 힘든 감정일 수도 있겠다. 감탄이 줄어들수록 나이가 드는 것이라는데, 극강의 감탄이랄 수 있는 이 경탄을 인생에서 도대체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는 구절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찾았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겨운 일상사가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을 떠나던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물, 여자, 별, 빵이 신비스러운 원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 바람이 다시 한 번 대기를 휘젓는 것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처음 보듯 대하는 것.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


갓 태어난 신생아의 울음 소리, 한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을 처음 맛보았을 때의 감각, 처음 만나 첫 눈에 반해 버리는 순간. 첫 키스.



처음은 언제나 한 번으로 끝난다. 그렇기에 더더욱 경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번 첫사랑은 마지막이자 영원한 첫사랑. 매일 첫사랑이 된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first love(첫사랑)이 그렇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영화 건축학 개론이 생각나기도 한다. 




Epitone Project(에피톤 프로젝트)_firtst love (첫사랑)


[Verse1]

처음 널 만나던 그 순간

숨이 벅차오르던 기억

혹시 네가 들었을까 봐

들켰을까 봐 마음 졸이던 날 기억해

넌 참 목소리가 좋았어

같이 걸을 때 더 좋았어

그래 그럴 때가 있었어

가슴 시리게 사랑했었던 날 있었어


[Chorus]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설레이던 그날도 취했었던 그 밤도

마음이 이상해 바람 불어올 즘이면


[Chorus] 반복

여전히

[Verse2]

때로 사랑은 참 외로워

그래 삶이란 늘 어려워

알아 우리 함께 했던 날

가슴 시리게 사랑했었던 날 있었어


[Chorus] 반복



생각해 보면, 첫사랑이 모두 수지처럼 예쁜 건 아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이 있고, 제 눈에 안경인 법. '경탄'이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다른 '숭고'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승훈의 노래 '미소 속의 비친 그대'가 바로 이 숭고로서의 경탄을 노래한다. 상대가 장미보다 아름답지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를 느끼고, 별빛보다 환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따사롭게 느껴지는 마음.



미소 속에 비친 그대_신승훈

 

[Verse]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너는 별빛보다 환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따사로와

탁자 위에 놓인 너의 사진을 보며

슬픈 목소리로 불러 보지만

아무 말도 없는 그댄

나만을 바라보며

변함없는 미소를 주네


[Pre-Chous]

내가 아는 사랑은 그댈 위한 나의 마음

그리고 그대의 미소

내가 아는 이별은 슬픔이라 생각하지만

너무나 슬퍼


[Chorus]

나는 울고 싶지 않아

다시 웃고 싶어졌지

그런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모습 보면서

다시 울고 싶어지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며

지난 추억에 빠져 있네 그대여


[Pre-Chorus] 반복


[Chorus] 반복




이 글을 쓰는 내가 오늘 기억하려는 것은, 바깥의 밝고 유쾌한 길로 나서는 순간, 내가 낭만적이고 모험에 가득한 감정 상태에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는 점이다. 눈 앞에 펼쳐진 아침, 세상은 난생처음 본 것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정겹고, 선하고,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산책> 로베르트 발저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무뎌져갈 때쯤 경탄은 사람을 바꿔 놓기도 한다. John K의 Parachute의 가사가 그렇다. '별 일 아닌 것에도 웃게 되고, 낙하산 없이도 뛰어내릴 수 있을 것처럼 대범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마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과도 같다. 


Parachute_John K


Vibin' we could talk all night

or sit in silence

Watchin' shitty movies

gettin' high and

Laughin' about nothing much at all

And that's cool with me

Losing control but I like it

What you doin' to me doin' to me

You got a hold of my psychic

And that's alright with me

I don't know what's happenin'

Lately I've been someone

and it ain't myself

I'm spendin' all my time

on somebody else

I'm feelin' all these feelings

I don't understand

You're the one good thing

I ain't questionin'

Like ooh if I knew

that it would kill me

I would still be here

a thousand times over Yeah

If that's the consequence of lovin' you

Then I will fall without a parachute


Da-da da-da-da-da-da

da-da da-da-da-da-da da-da

Then I will fall without a parachute

Da-da da-da-da-da-da

da-da da-da-da-da-da da-da


Fingers wrapped around me

And I'm thinkin' three words

Got me thinkin' diamonds

and I usually take my time yeah

I just can't believe it all the

ways that you blow my mind yeah

Everyone can see it

Lately I've been someone

and it ain't myself

I spendin' all my time

on somebody else

I'm feelin' all these feelings

I don't understand

You're the one good thing

I ain't questionin'

Like ooh if I knew

that it would kill me

I would still be here

a thousand times over Yeah

If that's the consequence of lovin' you

Then I will fall without a parachute


Da-da da-da-da-da-da

da-da da-da-da-da-da da-da

Then I will fall without a parachute

Da-da da-da-da-da-da

da-da da-da-da-da-da da-da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다가 영화 노트북 영상으로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한 영상을 찾았다. One-take로 촬영한 본래의 뮤직 비디오도 신이 난 인물을 가수가 잘 표현했는데, 영화 노트북 영상으로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같은 곡이지만, 함께 올려본다.


Parachute_John K




사실, 경탄이라는 감정은 첫 만남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오랜 연인이나 부부에게 이 감정은 지속하는 힘을 준다고 생각된다. 서로 익숙하고 편안해 지다 보면, 권태로울 위험이 있고, 지속적으로 설렌다는 건, 생물학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좋은 인연 혹은 연인이나 부부들을 보면 서로가 내면의 특별함을 볼 수 있는 경우다. 


나의 내면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굳이 변한 것을 말하자면, 당시에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외적으로나 운명적인 어떤 것에 끌리는 설렘이 아닌, 두 사람만 아는 숨겨진 숭고함에 경탄하는 것. 그것은 서로의 관계가 위태롭지 않고, 안전함과 편안함을 준다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경탄이라는 감정은 익숙한 사이에서 낯선 면모를 보여준다거나, 더 좋은 면을 발견할 때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경탄의 감정으로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하시길! :)




환생 (Rebirth)_레드벨벳 (원곡 윤종신)


[Verse 1]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됐어요

우리 엄마가 제일 놀라요


우선 아침 일찍 깨어나

그대가 권해주던 음악 틀죠

뭔지 잘 몰라도 난 그 음악이 좋아요

제목도 외기 힘든 그 노래


[Pre-Chorus 1]

할 때도 안 된 샤워를 하며

그 멜로딜 따라 해요

늘 힘들었던 나의 아침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요


[Chorus]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 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 만할 거예요


[Verse 2]

전철 안에 멋진 오빠들

이제는 쳐다보지 않아요

몇 정거장 지나면 그댈 만나게 돼요

차창에 비친 내 얼굴 웃네요


[Pre-Chorus 2]

관심도 없던 꽃가게에서

발길이 멈춰져요

주머니 털어 한 다발 샀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Bridge]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 단지

그대 하나로

다른 의미가 되어 가는 게

너무 놀라워 하루가 아름다워

1분 1초 Oh 시간마저 아까워

믿을 수 없을 만큼 하루하루 달라

표정 말투 눈빛 하나하나 달아

이런 건 처음이라 낯설어 Baby

드디어 나 사랑에 빠지 것 같아 Maybe


[Chorus] 반복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비루함(낙담) / 2.자긍심 / 3. 경탄 / 4. 경쟁심 / 5. 야심
6. 사랑 / 7. 대담함 / 8. 탐욕 / 9. 반감 / 10. 박애
11. 연민 / 12. 회한 / 13. 당황 / 14. 경멸 / 15. 잔혹함
16. 욕망 / 17. 동경 / 18. 멸시 / 19. 절망 /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 22. 호의 / 23. 환희 / 24. 영광 / 25. 감사
26. 겸손 / 27. 분노 / 28. 질투 / 29. 적의 / 30. 조롱
31. 욕정 / 32. 탐식 / 33. 두려움 / 34. 동정 / 35. 공손
36. 미움 / 37. 후회 / 38. 끌림 / 39. 치욕 / 40. 겁
41. 확신 / 42. 희망 / 43. 오만 / 44. 소심함 / 45. 쾌감
46. 슬픔 / 47. 수치심 /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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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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