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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by 서린

어른이란 ‘나만의 것’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물리적 자립은 기본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사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독립적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더해, 자기만의 생각과 삶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타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기만의 사유 체계를 만들어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 말이다.



나만의 생각 체계를 만들어나가려면 나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생각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철학이다. 예컨대 ‘신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관계마다 달라지는 설명이 아닌 모든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의를 스스로 발견해 내는 것.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너머, 모든 일에 두루 통용될 삶의 원리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 논리적 사유와 이성의 힘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른의 삶이다. 그래서 진짜 어른은 단단하다. 사소한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세상에는 나를 비롯하여 ‘가짜 어른’이 너무 많다. 단칸방에 살더라도 스스로 돈을 벌며 치열하게 사유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다져나가는 이는 진짜 어른이다. 반면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세상의 의견에 휘둘려 사는 이는 모양만 어른일 뿐 진짜 어른이 아니다. 출발선이 크게 다른 경우 진짜 어른이 한 세대 안에서 가짜 어른만큼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변화시키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 다음 세대 혹은 그다음 세대에서라도 진짜 어른은 어른을 키워내어 세상을 품게 되고 가짜 어른은 세상을 잃게 된다.



노동을 통한 자립의 중요성, 그리고 사유를 통한 삶의 철학을 다지는 일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이제야 알게 된 나는 나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워갈 수 있을지를 말이다.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자.


자신이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을 부모나 배우자, 혹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도 유지할 수 있는가? 모두가 예스라 말할 때, 나는 노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먹고 살아야 하니 물리적 자립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잊지 말자.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 단단히 서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철학을 삶에 계속 반영해나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한 어른이야말로 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다.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무늬만 어른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무늬만 어른이 자라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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