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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 번지: 운동을 통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몸의 움직임이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by 서린

두 번째로 나를 요즘 행복하게 하는 카테고리는 운동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요가와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달리기는 혼자 하고 있고 요가는 동네 요가원에서 단체 수업을 듣고 있으며 웨이트도 동네에서 일대일 레슨을 받고 있다. 각 운동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리고 운동을 하며 사람과 얼마나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해당 운동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달리기의 경우 작년 1월 체력이 딸려도 너무 딸려 뭐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어 선택했다. 당시 첫째가 만 4세 둘째가 만 2세였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지 반년정도 되던 시점이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에 오면서 아파도 정말 너무 자주 아팠다. 사는 환경이 달라져도 일 년에 4번씩 수족구에 걸리고 감기/알레르기비염을 거의 달고 살 일인가 싶었다. 덩달아 나도 알레르기가 심했고 어지럼증과 이명이 있었으며 이석증까지 찾아왔다. 면역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며 돌봤지만 나도 힘이 들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을 제대로 겪은 첫 째는 원래도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해 손이 특히 많이 갔다.



힘들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래도 한국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왔다 갔다 시간을 많이 내지 않아도 되고 장비도 안 들고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생각하니 바로 달리기가 떠오르더라. 친구들한테 런데이라는 어플도 추천받았지만 난 나를 잘 알았다. 분명히 혼자 뛰면 한 달 하고 안 할 것 같았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일 년짜리 온라인 프로그램을 결제했다.



얼마나 앉아서만 생활을 했는지 처음엔 일분도 못 뛰었다. 각 잡고 달려본 적이 너무 오래라 30초 뛰었더니 숨이 차서 걷게 되더라. 나의 뛰기 능력에 한 번 놀랐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마라톤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니까. 건강을 위해 흔히들 말하는 유산소 30분 주 3회. 딱 그 정도가 내 목표였다. 무리하지 않았다. 살면서 무리는 너무 많이 해봤기에.



온라인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코치님의 러닝철학이 너무 좋았다.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호흡이 편한 속도로만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라는 조언이 내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달리기 스케줄을 메일로 주셨는데 스케줄에 덧붙여 늘 항상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함께 뛰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들이 내게 온전히 전해졌다. 비대면으로도 이렇게 사람의 에너지가 잘 전달될 수 있구나. 충만했고 감사했다.



그러던 1분이 3분으로 5분으로 15분으로 늘어났다. 정말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물론 욕심을 내어 일정한 거리 이상을 달려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거리’이나 ‘속도’ 등의 기록에 빠지기 시작하면 주객이 전도될 것 같았다. ‘숫자’ 등의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얽매여 탈이 나는 경험을 해봤던 터라 욕심내지 않았다. 그저 내게 하루에 주어진 15-20분의 달리기 시간이면 충분했다. 내 목적은 호흡에만 집중하며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달리며 유산소 기반을 쌓아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니.



이어폰을 끼지 않고 온전히 내 발걸음, 내 숨소리, 내 다리의 움직임, 팔이 움직이며 사각사각 자켓이 스치는 소리, 따사로운 햇살 등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체력향상으로 시작했던 달리기가 명상과 같이 느껴지고 힐링된다. 행복하다.





작년 12월에는 요가를 시작했다. 당시에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생각이 아주 강력하게 들었다. 마음을 다져나가길 2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몸이 내 마음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균형감각은 괜찮은 것 같았지만 유연성이 정말 제로였다. 더 유연한 마음을 기르기 위해 요가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와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달리기는 아직도 ‘엄청 뛰고 싶어 죽겠다’까지는 아니고 ‘오늘도 꾸준히 체력을 기르자’ ‘나가서 뛰면 너무나도 개운하고 좋다’ 정도인데 요가는 매일매일이 기다려질 정도로 설렜다. 요가를 하면서 온몸 구석구석의 나를 느낀다.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기만 한다. 요가 선생님이 앞에서 보여주시는 동작에 다다르기엔 갈길이 매우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다거나’ ‘못한다거나’ 등의 그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몸을 느껴보고 몸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들을 너무 사랑한다. 어떠한 동작에도 집착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다.



요가는 내게 세로토닌을 분비해 주는 것 같다. 매 순간이 평온하고 현재에 만족스럽다. 숨결이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바라보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해’라고만 외쳐오던 인생에서 한 번 크게 고장이 나고 나니 나를 수용하게 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 괜찮아.’의 시간 속에서 평안함을 주는 요가를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 피티를 받기 시작했다. 사실 필라테스를 3년 정도 꾸준히 하다 다른 선생님을 찾던 참에 요가를 우연히 등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개인 레슨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개인레슨을 하면 선생님한테 특히나 많은 영감을 받는다. 본받고 싶은 분께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삶의 방향성을 다져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국에서 경험했다.



예전에 테니스나 골프 같이 기술을 익혀야 하는 운동은 일대일 레슨을 받아보긴 했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 근력운동(?)에서 누군가의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근육단련 운동에 일대일 레슨을 위한 돈을 투자하기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다. 헌데 미국에서 몸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삶의 변화가 절실하기도 했고 과감하게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집 앞 5분 거리의 선생님 댁에서 필라테스 개인레슨을 받았다. 이상하게 필라테스만 하고 나면 너무 힐링되고 개운해지는 경험을 했다. 선생님의 안내 소리에 따라 척추의 뼈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정말 그 부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고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온몸에만 집중을 하다 보면 이내 머리가 수정처럼 맑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선생님은 아이 셋을 키워낸 선배 엄마로서 내가 삶에서 겪는 과정들은 누구보다 잘 공감해 주셨다. 매일 5시에 기상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선생님의 삶의 루틴, 운동에 대한 열정과 사랑, 오랜 경력에도 불과하고 여전히 끊임없는 배움으로 이어지는 노력들까지, 선생님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모두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과 함께면 내가 혼자 내 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나를 알아가게 된다. 누군가와 내 몸을 더 잘 쓰는 법을 익히고 개선 방향을 찾아나간다는 것이 너무 좋다. 레슨을 하면 다음에 무슨 동작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편안하다. 그렇지만 나도 자연스레 혼자서 동작들을 해나갈 수 있을 만큼 얼른 익히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매번 레슨을 받을 때마다 내가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 우선순위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 기분이 든다. 나의 한 달 용돈 중 투자 1순위는 외식도 쇼핑도 아닌 운동이다. 쇼핑이나 외식 안 하면 생각보다 운동에 투자할만하기도 하다!!



요즘 시작한 웨이트 트레이닝 선생님의 삶의 태도나 철학에서도 많은 점을 본받고 있다. 꾸준히 루틴을 세워가며 자신의 몸을 관리해 온 분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가 있다. 내가 운동은 아직 초보고 꾸준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선생님께 궁금한 점이 늘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생님은 운동만 하시는 게 아니라 삶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신다. 힘들이지 않고 루틴이란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도, 다시 돌아오는 것도 모두 삶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동작을 배우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땐 친밀감과 신뢰가 쌓인다.



살면서 이렇게 운동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 본 적이 없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만 씨름했던 나였다. 오히려 운동을 하니 책상 앞에 앉은 시간은 줄었지만 머리가 더 잘 도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엄청난 행복감은 덤이다.



내가 즐기는 운동들은 명상의 효과를 준다. 내 숨소리에 집중하고 내 몸의 감각에만 집중하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운동을 통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 운동을 할 땐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 몸, 내 호흡,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나만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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