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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7. 2021

유전자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디팩 초프라,<슈퍼유전자>독후감

 계속 유전자와 몸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사회>에 이어 2번째 책입니다.


 <슈퍼유전자>는 책 표지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노예로 살 것인가? 유전자를 지배할 것인가?

 흔히 우리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기계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우리가 유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유전자에 대한 지배는 쉽게 말해 'DNA 메틸화에 대한 조절'입니다. DNA의 메틸화라는 것은 유전자의 기능은 on-off 하는 스위치인데요, 메틸기가 과하게 붙으면 기능이 off로 변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을 살찌게 하는 유전자 A가 있을 때 이 유전자를 메틸화 시켜버리면 살이 찌지 않거나 살찌는 정도가 덜해지는 것이죠. 아주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메틸화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책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로 운동이 DNA의 메틸화를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몸의 지방 축적에 영향이 가는데, 개수로 치면 무려 7천 개 유전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신진대사가 촉진된다고 합니다. 놀라운 이야기죠. 단순히 운동이 섭취 칼로리를 소모해서가 아니라 유전자에 변화를 주어 신진대사까지 촉진시킨다니 말이죠.


 우리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운동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부정적인 변화도 일어날 수 있죠. 예를 들면 스트레스 같은 게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학대받은 아이에게서는 NR3C1 유전자에서 후성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는데(메틸화가 대표적이지만 다른 방식의 변화도 있기 때문에 후성유전적 변화라고 씁니다) 이 변화가 일어나면 해마의 신경세포가 죽는다고 합니다. 즉 단기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정서적 학대가 멀쩡했던 아이를 바보로 만든다, 아주 섬뜩한 이야깁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들은 비단 아이의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모두 망치고 있는 것이죠. 아이에 대한 모든 범죄는 가중 처벌해야 마땅합니다.


 자, 그런데 문제는 모든 질병에 대해서 모든 유전자를 다 분석하고 어떤 것이 어떤 변화를 주는지 알아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떤 경험이 어떤 유전자에 무슨 표지를 해서 유전자 활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아내는 일은 무척 어렵다.


 다시 비만으로 돌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비만 하나만 해도 왜 살이 찌는지 고려할 게 너무 많죠.

 영양 - 식사를 몇 끼 하는지, 얼마나 먹는지, 탄단지 비율은 어떤지

 내분비 - 렙틴과 그렐린의 분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유전 - 부모님이 비만 경향인지

 소화기 - 소장에서 영양분 흡수가 잘 이루어지고 대장에서 배출이 잘 되는지

 정신건강 - 스트레스에 의한 공허감으로 인한 폭식이 없는지

 사회학 -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값싼 패스트푸드를 위주로 먹는지

 이렇게 7가지 요인만 해도 다 살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하나 유전자의 변화까지 다 살피는 것은 훨씬 어렵겠죠.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사람의 DNA, 단백질 위주로 먹는 사람의 DNA, 탄수화물 3 단백질 1의 비율로 먹는 사람의 DNA 등 변수가 너무 많고 범주가 넓기 때문입니다. 만약 영양부터 사회학까지 7가지 요인의 복합적인 변화를 따지면 비만의 후성유전학을 완성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가 슈퍼유전자를 가지는 방법을 열심히 제시합니다.  음식 바꾸기, 스트레스 관리하기, 운동하기, 명상하기, 잠 잘 자기, 행복해지기입니다. 음식, 스트레스, 운동, 명상, 숙면, 감정이 모두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별 것 없죠. 고탄수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불확실성과 통제력 상실을 피하고, 운동하고, 하루 10분씩 2번 명상하고, 잘 자고, 많이 웃으면 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죠? 모든 건강과 장수에 관한 책, TV, 지식인이 반복해서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고 정리를 해야겠네요.


 유전자는 우리의 인생을 미리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고 얼마나 웃으면서 사느냐에 따라 암이나 비만에 걸릴 확률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것은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의해 유전자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삶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아니라요. 그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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