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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Sep 05. 2020

불렛저널, 이사합니다

수첩 vs 노션

이전 글 '불렛저널 1년 사용기'와 '2020년의 불렛저널'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1년 반 넘게 불렛저널을 이용해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높은 자유도 때문에 헤매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써 보니 '나만의' 불렛저널을 구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불렛(bullet)'이라 불리는 아이콘 요소를 이용하면 색색의 펜으로 공들여 꾸미지 않아도 매일매일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뭐든 간에 3개월을 꾸준히 하면 습관으로 자리잡는다는데 1년 반을 매일 써 왔으니 이쯤 되면 불렛저널을 내 습관 중 하나라 자부해도 괜찮겠지?


하지만 매일 쓴다고 해서 불평불만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었다.


매달 초 먼슬리 로그와 트래커를 세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트를 깜빡할 경우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기가 어렵다.

사진이나 웹 페이지, 동영상 등을 갈무리하기가 힘들다.


사실 이것들은 불렛저널의 단점이라기보다 아날로그 매체의 단점이다. 그렇다면 노션(Notion)으로 불렛저널을 기록한다면? 처음에는 간단히 테스트해 볼 생각이었다. 수첩과 노션을 한 달 정도 병행한 다음 좀 더 잘 맞는 쪽에 정착하는 것이다.


과연 내가 고른 선택지는 무엇일까.



전체적인 구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쉽지만 사이드바 'Templates' 메뉴에는 복제 기능을 통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템플릿이 마련되어 있다. '생산성 도구 노마드의 노션 정착기' 글에서는 직접 만든 템플릿을 공유했지만 이번에는 'Habit Tracker' 등 기본 제공 템플릿을 조금 손보는 정도로 충분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매일 확인하는 페이지는 캘린더와 이번주 위클리 로그, 트래커가 전부다. 이 중 위클리 로그와 트래커는 즐겨찾기에 추가한다.


곰손인 탓에 수첩을 사용할 때도 서로 다른 불렛으로 구분하는 것은 할 일, 이벤트, 내일로 미룰 일, 다음 달로 미룰 일, 취소된 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는 노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손으로 그릴 때보다 각양각색의 아이콘을 넣기가 수월하므로 몇 가지 이모지를 통해 손뜨개 진척 상황이나 맛집에 대한 감상평, 읽고 있는 책 등에 대한 메모도 추가했다.



영상이나 웹 페이지 등 멀티미디어 정리 또한 수월해졌다. 가령 오늘 할 일 목록 중 '부모님 생신 선물 고르기'가 있다고 치자. 선물을 고르는 과정에서 여러 쇼핑몰 링크가 후보에 오른다. 하지만 선물을 고르는 정도의 일 때문에 별도 프로젝트 페이지를 만드는 건 과한 감이 없지 않다. 이때 위클리 로그 중 '부모님 생신 선물 고르기' 블록 아래에 북마크 블록을 추가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미지나 영상 등을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시간과 함께 두둥실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다른 노트에 '데이터화' 시켜야 한다. 클리핑하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불만이라면 'Toggle list' 블록을 이용해 숨길 수 있다.



트래커도 간편하게


예전에는 매달 초가 다가오면 트래킹할 항목별로 달력을 그리느라 분주했다. 볼펜으로 쓰다 보니 틀리지는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고.



하지만 노션을 이용하고 나서부터는 미리 만들어 놓은 템플릿을 복제해 날짜만 바꿔주면 되므로 한층 편해졌다. 트래커를 이용해 체크하는 항목은 위와 같다. 노션의 경우 특정 항목을 테이블에서 보이지 않도록(각 행의 페이지 링크를 클릭하면 보인다) 지정할 수 있는데, 홈 트레이닝의 경우 어떤 운동을 했는지는 기록하고 싶지만 굳이 전면에 내세울 필요는 없으므로 'Hide'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네 번째 단점


노션에 불렛저널을 정리한 지도 어느덧 네 달째다. 처음에는 수첩에 적을 때처럼 할 일이나 일정 정도만 기입했는데, 점차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내게 되었다. 휴대폰은 늘 지척에 있으니까.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데일리 로그에 쏟아내고 곧바로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지금은 노션에만 불렛저널을 정리하고 있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펜을 쥐고 앉아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분명 매력적이다. 한 권씩 쌓이는 노트를 보는 것도 뿌듯하고.



아날로그 매체의 단점 네 번째. 액체를 쏟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때 불렛저널 노트도 쫄딱 젖고 말았다. 결국 반강제적(?)으로 노션에 완벽히 정착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산성 도구 노마드의 노션 정착기(+템플릿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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