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불렛저널

불렛저널의 장점 중 하나는 1년 365일 중 언제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것

by 김세로

2020년도 벌써 12분의 1이 지나갔다. 원래는 2020년 1월 불렛저널을 세팅한 다음 곧바로 글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이사다 뭐다 분주한 탓에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치만 불렛저널의 장점 중 하나가 1년 365일 중 언제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니 지금 올려도 괜찮... 겠지?



어떤 노트가 좋을까


지난해에는 미도리의 MD노트(M 사이즈/방안)을 사용했다. 종이의 질이야 미도리니까 더 말할 것도 없고, 별도로 판매하는 투명 비닐 커버를 씌우니 여기저기 들고 다니더라도 표지가 더러워지지 않았다. 또 커버에 포켓이 달려 있어 명함이나 스티커를 보관하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불렛저널을 쓰면서 불편했던 것이 '부족한 메모 공간'이었다. 일정 관리만이라면 몰라도 메모까지 소화하기에는 작게 느껴진 것. 따라서 올해 불렛저널 노트를 고를 때는 첫 번째 조건으로 '미도리 MD노트 M 사이즈보다는 크되 A5 사이즈보다는 작을 것'을 내걸었다. 업무노트로 로이텀 미디엄(A5 사이즈) 하드커버 노트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다 좋은데 외근 나갈 때 들고 다니기에는 크기도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갔기 때문이다. (DSLR에 플래시, 여분 렌즈까지 챙기면 노트는 개뿔 그냥 A4 용지 한 장만 들고 가고 싶어진다) 필요한 조건을 추려보니 아래와 같았다.


미도리 MD노트 M 사이즈보다 크고 A5 사이즈보다 작을 것.

소프트 커버일 것.

내지는 모눈 혹은 줄지. (가급적이면 모눈)

책갈피가 달려 있을 것.

포켓이 붙어 있을 것.


후보는 몰스킨 라지 소프트커버로이텀 B6 소프트커버로 좁혀졌다. 둘 다 크기도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웠지만 딱 하나씩 부족했다. 몰스킨은 모눈 인쇄가 너무 진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로이텀 B6 소프트커버는 내지가 줄지와 무지뿐이었다. 이외에도 로이텀은 책갈피가 두 줄이고 페이지 번호가 적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게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수준이라 논외.


1.jpg 위부터 미도리 MD노트 M 사이즈, 로이텀 B6 소프트커버, 로이텀 미디엄 하드커버.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로이텀 B6 소프트커버 줄지. 모눈이 아니라 걱정했는데 쓰다 보니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미도리 MD노트와 비교하면 잉크가 금방 마르지만 뒷면 비침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불렛저널의 구성


'불렛저널 1년 사용기'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키(key)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을 표시할 수 있도록 책 모양 아이콘을 추가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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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인덱스 페이지와 키 리스트 페이지.


다음은 2020년 목표와 습관 만들기 페이지. 목표는 꼭 일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건강 관리, 브런치 글 연재, 중국어 공부, 기타 연주 등 다양하게 설정했다. 독서 목표는 '연 50권 이상'인데, 책덕후들이 보기에는 대단치 않을 것이다. 100권, 2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얇고 읽기 쉬운 책에만 치중할 것 같아 최소한의 선만 정해놨다. (물론 심오한 책을 일 년에 100권씩 읽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독서 속도가 빠르지 않으니까) 2019년에는 67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4.jpg 습관 만들기 페이지.


습관 만들기 페이지에는 매일, 주 3회, 주 1회, 매달 등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청소기 돌리기'를 일주일에 세 번씩 하겠다고 정했는데, 새 집으로 이사하고 좋은 청소기를 선물로 받으니 저절로 매일 하게 되더라. 바닥이 밝은 아이보리색이라 하루라도 청소기를 돌리지 않으면 매우 티가 나기도 하고.


5.jpg 계절별 의상, 고정 지출 목록 페이지.


6개월 간의 일정을 기록할 수 있는 퓨처 로그 다음에는 계절별 의상, 고정 지출 목록 페이지가 이어진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면 고민이 많아진다. 작년에는 언제부터 코트 대신 자켓을 입기 시작했더라. 지금쯤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까. 그래서 올해부터는 의상이 바뀔 때마다 그 날짜를 기록하려고 별도 페이지를 만들었다. 역시 그림에는 소질이 없다(...)


지출 목록 페이지에는 적금, 휴대폰 요금, 구독 서비스(유튜브 프리미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돈이 빠져나가는 날짜, 만료일을 기입했다.


6.jpg 중국어 학습 페이지.


유튜브 영상 편집을 책으로 배웠는데, 그 책에는 각 챕터의 학습 날짜를 기록할 수 있는 틀이 있었다. 이 같은 레이아웃은 수험서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하루하루 날짜를 적어 나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괜찮다 싶어 불렛저널에 적용해 봤다. 오른쪽 페이지는 2권을 위해 비워놨는데 언제쯤 1권을 다 볼 수 있을지(...)


7.jpg 먼슬리 로그 페이지.


먼슬리 로그의 경우, 원래는 그 달의 날짜와 요일을 세로로 기입했다. 하지만 로이텀 B6 노트는 31줄이 채 안 된다(...) 덕분에 레이아웃을 조금 바꿔야 했다. 뒷장은 트래커 페이지인데 사인펜으로 표시했더니 비침이 심하다.



모든 메모는 불렛저널을 거친다


앞서 불렛저널용 노트를 고르는 과정에서 '무게'를 강조했는데, 이는 불렛저널을 늘 챙겨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메모는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보다 적절한 플랫폼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책을 읽다 떠오른 질문은 독서노트로,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단상은 일기장으로, 새롭게 주문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며 느낀 감상은 Notion 내 커피 페이지로.


그중에서도 일기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15년 가까이 이어져 온,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다. (초등학교 때 숙제로 쓴 충효일기까지 포함하면 더 오래되었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쓴 글이라 그런지 다시 읽어도 썩 재미있진 않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일기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와 일기장에 쓰고 붙이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연재 리스트

- 메모 습관을 돌아보다

- 불렛저널 1년 사용기

- 2020년의 불렛저널

- 나도 일기 한번 써 볼까

- 읽었는데 왜 기억이 나질 않니

- 노션(Notion)으로 관리하는 독서 생활

- '생산성 도구 노마드'의 노션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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