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로운 Feb 17. 2022

#2. 불 꺼진 무대

삶은 드라마

"

아빠

고마워

사랑해

좋은 데 가세요

걱정하지 마

"


마치 연극 같았다.

내 대사는 자연스러웠다.

연기 잘하는 배테랑 배우 마냥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컷'

오늘 감정씬 좋았어.

이제 집에 돌아가자.


아빠 집에 가자.


우리 아빠가 왜 여기에 누워계신 걸까?

낯선 그 모습을 보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아빠가 맞다.

어떻게 된 일이지?


숨을 좀 크게 몰아 쉴 뿐,

잠들어 계신 듯 편안하게 눈을 감고 계셨다.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것만 같다.


늘, 각질에 시달리던 못생긴 아빠 발을 이불로 덮어드렸다.

혈액순환이 안돼서 고생하더니 또 빠져나와있네 발 시리면 안 돼요.


손도 잡아본다.

넓은 품에 안기어 본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이토록 멀쩡한데,

왜?


왜지?


면회는 그렇게 짧게 끝이 났다.

내가 본 살아 계신 마지막 모습이었다.



담당의사가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 의 입에서

만약 아빠가 돌아올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제까지 기적이란 말은 희망을 의미하는 건 줄 알았다.

바보같이.

기적의 동일어는 '가능성 없음'이라는 걸

그 단어를 마주하고야 통감한다.

 


그 순간, 아빠가 고통을 느끼지 않음에 감사할 수밖에

이토록 덤덤함은 희망이 없기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 그러니까.

지금부터 할 일은 아빠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뿐이래.



연극무대의 불은 꺼졌다.

떠날 수 없는 관객들은 텅 빈 객석에 앉아

꿈을 꾸듯 악몽 속을 헤맬 뿐이었다.


이전 02화 #1. 잘가요, 영수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