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인기 연예인 나떴다 씨는 한 순간의 사진으로 인기가 먼지가 되어버렸다.
지나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달라고 하는 걸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이 캡처된 것이다. 그 짤이 인터넷에 떠돌며 네티즌 손가락을 바쁘게 했다. 조회수가 껑충 뛰었다.
SNS에서는 댓글 잔치가 벌어졌다.
-흥! 인기는 있으나 인성은 없었다!
-딱 걸렸어! 학창시절에 떠도는 말이 사실이었어.
-전화받는 척하며 거절하는 모습이 가관이네. 아주 고개까지 돌려버렸어.
나떴다 씨는 해명했다. 그 당시 생방송에 늦어 담당자와 통화한다고 할머니를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통화중에 할머니가 뭐라 말하길래 통화 소리가 안 들려 잠깐 고개를 돌린 게 캡처 되었다고 했다.
역시 댓글들이 달렸다.
-그럼 5년 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생방송이었냐? 말해봐.
네티즌 수사대는 5년 전 무명이었을때 사진을 내보냈다. 할머니가 넘어져 일어서질 못하자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었다.
-거봐. 생방송 아니였어도 저놈은 할머니 도움 무시했을 거야.
-평상시 잘해야 되는 거야. 할머니의 애절한 얼굴이 안 보이냐?
-연예인 되기전에 도덕 좀 다시 배워라.
또 해명했다. 그땐 정말 할머니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미 할머니를 도와주는 일반시민이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저땐 무명이었으니까 별 타격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이번은 아니야.
-그냥 빤히 쳐다보고 가는 모습 참 어이없다. 당신 인기는 여기까지!
-한 사람 보내버리기 참 쉽죠잉!
언론에서는 익명의 네티즌들이 하는 손가락질 폭격을 비판했지만 악플은 계속되었다.
한편 무명 연예인 공춘팔은 한 순간의 동영상으로 인기 연예인으로 떴다.
나떴다와 달리 훈훈한 영상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길 가던 할머니가 쓰러지자 바로 업고는 근처 병원으로 가는 모습이 찍혔다. 이 동영상은 어느 유튜버가 야외 촬영 도중 우연히 찍은 것이었다.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SNS에 퍼뜨렸다. 유튜버가 인터뷰 하려고 쫓아갔지만 뒤로 몇 번 돌아보다가 도둑놈 마냥 내빼는 장면이었다.
네티즌 수사대의 숨은 영웅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무명 연예인이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방송국이 나서서 띄워주고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공춘팔은 부끄럽다고 했다. 그의 인터뷰도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큰 일도 아닌데 제가 마치 영웅이 된 것처럼 띄워주는데 이런 거 좀 안 했으면 합니다. SNS 발달로 영웅과 마녀 만들기가 너무 쉬워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조금 좋은 일 한 것 가지고 이런식으로 퍼뜨리면 당사자들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요. 반대로 얼마 전 인기 연예인처럼 조금 잘못 한 것 가지고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부치니 그분 인생도 힘들어지겠지요. 누구나 실수는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침소봉대해서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한 순간에 마녀로 만들어버리는건 아닌 것 같네요. 저 역시 운좋게 선행하는 게 찍혔을 뿐이죠. 저도 가끔은 무단횡단하고 운전할 때 신호 위반도 합니다.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일상들이 너무 많은 관심으로 영웅과 마녀로 각인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SNS엔 개념 연예인이라고 띄워주었다.
-어쩜저리 말도 곱게 하시지?
-나떴다까지 걱정해주고 인성이 바른 연예인이야. 나떴다 보고 있나?
-당신이 나떴다로 개명하시오. 이제 확실히 떴소.
공춘팔은 방송 섭외 요청과 광고로 20년 무명을 벗어났다.
1년 뒤
"곧 인기가 사그라지겠지?" 공춘팔은 담배연기를 하늘 위로 내뿜었다.
"그러면 또 사건을 만들어야지. 주변에 연기할 사람 많아. 덕분에 나도 구독자 수가 늘었거든." 유튜버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SNS때문에 우리 일상이 많이 노출되어 주변에 영웅과 마녀가 너무 많습니다.
그걸 이용하는 나쁜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요?
# 이런 건 어디에 정식으로 제소해야 할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