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무술을 연마하는 제자가 있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유명한 검객에게 살해되었다.
그날부터 제자는 복수를 다짐하며 더욱더 무술 연마했다.
“스승님! 좀 더 높은 검술을 가르쳐주십시오.” 우락부락한 두 눈엔 '증오'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 듯했다.
“다 순서가 있는 법. 그렇게 빨리 배워서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그럼 배우지 말거라. 네 삶을 충실히 잘 사는 게 복수이니라.” 스승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복수하는 게 저는 충실히 잘 사는 것입니다.” 제자는 각진 턱선을 들어올려 스승을 쳐다보았다.
“음... 어리석은 놈.” 스승은 고개를 내저었다.
십 년이 흘렀다.
밤낮없이 혼자서도 무술을 연마하여 웬만한 검술은 다 익혔다.
사람을 시켜 드디어 그 원수가 있는 곳도 알아냈다.
“스승님! 제발 더 높은 무예를 전수해 주십시오. 이제 원수를 만나러 가야할 때입니다.” 제자의 표정과 말투에는 죽이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묻어 있었다.
“너에겐 더 이상 가르침을 주지 않겠다!” 스승은 뒤돌아서 뒷짐을 져버렸다.
제자는 하는 수 없이 밤에 몰래 나와 그 원수집을 찾아갔다.
큰 마당이 있는 대궐 같은 집이었고, 여러 검객들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방과 별채가 여러 개 있었다.
‘이렇게 잘 살고 있다니....’ 제자는 칼집을 찌그러트릴듯 움켜쥐었고, 우락부락한 두 눈은 더 커졌으며, 콧구멍은 벌렁거렸고, 입에서는 사자처럼 우렁찬 울음소리가 맴돌았다.
큰 마당에 들어섰다.
“웬 놈이냐?” 희생양들이 막아섰다.
“너희 똘마니 말고 내 원수를 불러오너라!” 이미 오른손은 칼을 뺄 준비를 마쳤다.
“우릴 다 죽여야 스승님을 만나뵐 수 있을 것이다.”
제자는 그들을 다 쓰러뜨리고 방과 별채를 뒤졌다.
어느 별채에 이르니 신발이 여러 개 있었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여주지.’
제자는 피묻은 칼을 끌듯이 다가가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갔다.
가족들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삥 둘러 앉아 있었다.
“뉘, 뉘시오?” 가족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누워 있는 사람도 실눈으로 제자를 힘겹게 바라보았다.
원수는 이미 병들어 죽기 직전이었다.
누구라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곧 숨이 넘어갈 찰나였던 것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저렇게 죽을 운명인데, 아!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정말 허무하구나!” 제자는 칼을 떨어뜨리고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 진정한 복수는 현재 삶에 충실하여 그들보다 더 잘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