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엄마의 부적
아이: "엄마! 엄마는 왜 그 반지를 항상 끼고 있어?
예쁜 반지도 있는데 왜 그 반지만 껴?"
예쁘고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서랍 보석함에 고이 모셔둔
엄마의 몇 개 안되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궁금해 한다.
엄마: "이건 엄마의 부적이거든."
그렇다.
낡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 반지는
어느새 엄마와 한 몸이나 다름없다.
중학교 때 성당 성물방에서 용돈으로 직접 산 반지.
모나지 않은 수수한 십자가를 시작으로
모난 곳 없이 뭉툭하게 이어지는 열 송이의 장미.
그때부터였다.
반지는 내 인생을 동고동락하며
내 인생에 큰 의미가 되어간다.
시험스트레스 속에서도,
친구들의 따돌림 속에서도,
입시스트레스 속에서도,
취업스트레스 속에서도,
꿈을 향한 고민 속에서도,
직장을 선택하면서도,
힘겨운 직장생활 속에서도,
어려운 이직을 결심하면서도,
결혼을 고민하면서도,
출산을 앞둔 두려움 속에서도,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반지는 나와 동고동락하며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순간순간을
감당할 수 있게 함께해왔다.
불안 할 때 면 반지를 만지며,
두려울 때면 반지를 만지며,
나의 심박수가 요동칠 때면
반지를 만지며,
그렇게 반지를 만지며
엄마가 믿는 신을 찾기도,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하기도,
도와 달라, 살려 달라 마음으로 울부짖기도 하며
불안을, 두려움을 견뎌왔기에
낡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 은반지는
엄마에게 세상 값비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마의 인생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엄마의 왼손엔 그 은반지가 끼워져 있다.
오늘도 엄마는 그 반지를 바라보며, 만져보며
엄마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바라본다.
오늘도 엄마의 그 손가락엔 그 묵주반지가 끼워져 있다.
오늘도 엄마는
엄마의 묵주반지처럼
모나지 않게 수수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키워간다.
오늘도 엄마는
엄마의 부적을 지닌 채,
아이를, 엄마자신을 키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