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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4. 2024

#307. 쉼을 통해 그림자를 마주해야 할 때

#307. 쉼을 통해 그림자를 마주해야 할 때     


엄마 나이 마흔 즈음이 되면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엄마의 소진된 공간을 ‘공허’가 채웁니다.

칼 구스타프 융은 내면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그림자’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살아온 만큼

내면의 그림자도 성실하게 키워온 셈이지요.

마흔 즈음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데 몰두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아의 그림자를 바라볼 시간입니다.

이 시기의 엄마들은 대부분

자신의 내면에 그림자가 생겼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저 더 피곤해지고, 우울해지고,

나도 모르게 화가 올라올 때가 있다고 여길 뿐이지요.

자, 이제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할 시기가 됐습니다.


.......     


“내가 그동안 ‘엄마’라는 이름에 전부를 걸었구나.”

“‘좋은 딸’이라는 이름에 묶여 있었구나.”

“‘아내’라는 이름에 나 자신을 너무 많이 소진했구나.”


쉼을 통해 얻은 성찰은

지금껏 잊고 있었던 ‘자아로의 회귀’를 위한

훌륭한 전환점이 됩니다.

         

        출처: 김선호, ‘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줄 알았다.’ 中         




ALL STOP!

몸에 피곤의 신호가 느껴질 때면

하고 있던 모든 것을 ALL STOP!

끝없는 집안일을 하다가도

1시간에 한번은 ALL STOP!

하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현실은 JUST ONE MORE!

설거지를 마치고 STOP해야 하지만,

음식쓰레기만 버리고.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STOP해야 하지만,

분리수거만 하고,

분리수거 하고 돌아와 STOP해야 하지만,

빨래만 개고,

빨래만 개고 STOP해야 하지만,

저녁 식사 준비만 하고,

식사 준비만 하고 STOP해야 하지만,

어느새 아이 하교 시간.     


소중한 하루라는 생각이 짙어질수록,

일상의 소중함이 간절할수록,

ALL STOP 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이 짙어질수록,

무탈한 일상의 감사함이 깊어질수록,

JUST ONE MOER을 되뇌며 쉼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쉼을 미루며 드는 마음은 언제나 같다.

‘이것만 다하고 더 편하게 쉬고 싶어.’     


알고 보니 쉼을 미루는 마음 또한

쉼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임을 알아간다.  

알고 보니 쉼을 미루는 마음은

더 편안한 쉼을 간절히 바라는 욕구임을 알아간다.      


미뤄지는 쉼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마음은 공허함이 차지한다.

쉼의 마음을 차지한 공허함은

무서운 속도로 몸과 마음을 그림자로 물들여간다.

공허함의 그림자로 몸과 마음은 나약할 대로 나약해져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드리운다.      


정말로 쉼이 필요할 때이다.

공허함에 우울함과 무기력함까지 합세하기 전,

정말로 쉬어갈 때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쉼을 통해 그림자를 마주해야 함을 명심해본다.

쉼을 통해 그림자의 위력을 알아차려야 함을 명심해본다.

쉼을 통해 공허함으로 잘못 채워진 마음을,  

쉼을 통해 그림자로 드리워진 마음을,

쉼을 통해 쉼으로 다시금 바로 채워가야 함을 명심해본다.      


쉼을 통해 그림자를 마주해야 할 때임을 알아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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