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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2. 일본의 떡국

일본의 떡국은 전국에 500종류? 따로국밥아니고 따로 떡국

20년이 가고 2021년이 밝았다.

지갑에 돈은 쌓여 있지 않아도 연가는 쌓여있던 남편은 일찌감치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딸과 함께 박수칠 일이 거의 없었던 2020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에

크게 박수를 치며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월 1일이라고 해도, 양력설을 쇠지 않으니 특별한 행사도 없고 방구석 1열을 차지하고

넷플렉스로 일본 영화를 실컷 본 게 나의 하루였다.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 "남극의 쉐프" "카모메식당""코쿠리코 언덕에서""추억의 마니"

일본에 가기 전에 봤던 영화들도 있고 새로 본 영화들도 있는데

2018년에는 들리지 않았던 영화 대사들이 이제는 한국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일본 영화가 있다는것이

2018년과 다른 점이긴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줄 누가 생각이나했겠는가 싶다.


2020년은 나에게도 고된 일 년이었다.


탁상 달력을 버릴려고 1월부터 넘겨가면서 훑어봤더니 2월 3월까지는 생협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3월 중순까지는 근무표가 적혀 있었고,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생협을 그만두기로 한 3월을 기점으로, 15년이상 지속해오던 흰머리 염색도 그만 두었다.


1월도 시작이지만 3월에 시작하는 느낌이 물씬 드는 우리나라의 3월에

내 인생 최단 기간 직장이었던 생협과, 15년 장기근속 흰머리 염색에서도 퇴직을 한 것이다.


생협에서 일했었다는 사실은 2020년 탁상달력에 남아 있고

흰머리는 이제 내 머리가 되어서 가끔식 장관님 소리를 듣는 진짜 나의 흰머리가 되었다.


1월 1일이 되었어도 여전히 남편과 함께 방구석 1열과 2열을 차지하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양력 설을 쇠는 일본에서는 1월 1일이면 ぞうに(조우니)라고 하는 일본식 떡국을 먹는다.

우리나라는 떡국떡을 만들 때 멥쌀로 만들지만 일본은 찹쌀로 만들고 모양도 사각형과  둥근모양으로

모양만 다른게 아니라 떡국을 만드는 방법도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고 일본의 각 지역마다

집집마다 따로 국밥이 아니라 따로 떡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하다.


가고시마의 야끼에비떡국


새우를 구워서 고명으로 얹어놓은게 가고시마의 떡국이다.

얼핏보면 맑은 해물지리처럼도 보이지만 새우대가리 뒤에 있는게 구워놓은 떡이고

떡한덩이 들어 있는 걸로 보아 틀림없는 떡국이다.


시코쿠지방에 있는 에히메현의 떡국(쟈코텐이라는 어묵을 튀겨서 고명으로 얹은 떡국이다)


쟈코텐이라는 어묵튀김을 얹고 그 아래 어디 쯤에 떡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에히메현의 떡국인데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일본 음식답게 하나요리 당고(꽃보다는 당고)처럼 떡보다는 고명이 중요한

떡국이다.


다음은 킨키지방 메에현의 떡국



우리나라의 된장과 색이 비슷한 된장으로 국물을 내서 떡을 넣고 끓인 떡국이다.

어딜 봐도 먹고 싶은 마음이라고는 1도 안드는 투박한 떡국의 모습

음식의 셋팅에 목숨걸고 달려드는 일본 음식같지 않은 모양이라 오히려 더 오호! 하게 된다.


킨키지방 토야마현의 아까마끼 가마보꼬 떡국

 

고명으로 어떤게 올려져 있는지, 국물의 기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떡국의 고향이 달라지는데

새우머리가 보여도 붉은돌돌이 어묵 한 점 올려져 있는 걸로 토야마현의 떡국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킨키지방 효고현의 아나고떡국


살다살다 보다보다 이런 떡국도 있을까싶은, 효고현의 아나고떡국이다.

아나고를 구워서 고명으로 얹어놓았다.

그 아래 구운 떡도 보인다.


일본의 떡국은 이것 말고도 어쨌든 자기들 말로도 500종류는 더 있는 것 같다고 그러니

이건 뭐 우리나라의 따로국밥이라는 말을 일본의 떡국에 붙이면 딱이다 싶은 그런 각이다.


팥죽에 넣어서 먹는 떡국도 있고 히로시마의 떡국은 굴로 국물을 내고 굴로 고명을 얹어서 먹는 굴떡국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그나마 맞는 떡국이 있다면 히로시마의 굴떡국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떡의 모양새가 워낙에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나라 떡국의 느낌은 나지 않는데

일본사람들은 찰진 떡국을 길게 늘려서 먹으면서 장수를 기원한다.



하지만 워낙에 찰진 떡이라서 사실 길게 늘려 먹다가 설날에 노인들 기도가 막혀서 사망하는 경우의 1순위가

바로 떡으로 인한 사건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떡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NHK뉴스에 보도되었다.


잘해보려고 했다가 낭패보는 일이 어디 떡국먹는 일만 있겠는가싶지만서도


새해에는 뭐든 걸리지 않고 술술 풀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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