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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보고, 읽어보고, 보았다.

서른 살 1월 둘째 주

by 내성만 Jan 14. 2025
아파봤다

연재를 다 끝내자마자 나에게 찾아온 것을 달콤한 '독감'이었다.


일요일에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보려고 해서 나갔던 카페 공부가, 장소 선정에 실패한 나머지 추위를 불렀고, 감기약을 먹었지만 새벽에 오한이 찾아왔다.


땀을 쭉 빼고 일어났지만, 먼가 일반 감기하고 달랐다고 느꼈다. 열은 떨어졌기에, 일반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는 A형 독감으로 판명되었다. 


아무리 유행이라고 하지만 주 2회 헬스장을 갈 만큼 건강했고, 매일 그래도 팔 굽혀 펴기 50개씩은 꾸준히 하는 편이라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른 살에 시작은 건강이 아니라 독감이라는 액땜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낮잠을 그렇게 많이 자본 것도 오랜만이지만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맹신하는 타입이라, 밥 먹고 바로 자고, 잠깐 산책하고 또 바로 잤다.


그 결과 잠의 신께서 나의 노고를 알아주셨는지, 하루 만에 열은 싹 내려가고 잔기침정도만 남았고, 몸은 80% 이상 컨디션을 회복해서 출근도 다시 독서도 할 수 있는 몸은 되었다.




읽어봤다




독서가 다시 가능해지자마자, 모임에서 추천받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었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그도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이 불완전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며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고 그냥 계속하는 삶'이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줬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달리기를 본인이 직접 달리는 행위를 통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재능'으로, 소설가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재능이라는 영역을 후천적으로 기를 수도 있고,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우리가 아는 프로게이머처럼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하루키가 말하는 재능은 대용품이라고 부르며 이는 곧 근력이다.


근력에 필요한 것은 지속력과 집중력인데, 재능이라는 녀석은 매일 단련시키지 않으면 퇴보되고, 몸에 근육이 붙는 것과 같은 성질을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강속구 투수가 나중에는 변화구를 던지면서, 똑똑한 투수가 되듯, 재능 역시 성숙이라는 점으로 커버가 된다고 한다. 나는 이 멘트가 좋았다. 글쓰기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없는 글들이 자주 써진다. 


예전만 하더라도, 몰입이 쉽게 가능한 글을 정말 편안하게 잘 썼던 것 같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솔직한 글들이 잘 써지지 않는 것 같다. 


오타 의식을 하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으면 맘에 안 들어서 수정을 하게 되고, 몰입이 되는 글이라기보다는 조금 직장인의 냄새가 많이 짙게 나기도 해서 고치고 싶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고쳐 나가야 되는데 분명 새해엔 더 유치해지기로 맘을 먹었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보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어렸을 적에는 박물관, 전시회, 오페라 눈곱만큼도 쳐다보지 않았다. 팝업스토어는 몇 번 가봤지만, 과제가 아닌 이상은 그런 곳을 가기보다는, 동네 술집, PC방에서 애들과 시시콜콜 얘기하면서 노는 게 더 즐거웠다.


물론 단순 재미를 지금도 놓고 보자면, 술 마시고 노래방, pc방 가는 쪽을 선택을 할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있어서는 지금도 만족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30살 정도가 되었다면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해보면서 좀 더 경험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선택한 것은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친숙했던 '퓰리처상 사진전'을 선택했다.

역사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 인생 첫 전시회는 매우 감사했다.


사진전의 내용은 주로 비극적인 일들이 많다. 아이들의 죽음, 인간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전쟁 및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모습들이 주를 이루었다. 


심지어 사진을 찍은 저널리스트들은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얼마 못 가 PTSD로 자살을 한다든지, 어느 집단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우 감사했다'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그들 덕분에 어쨌든 조금이나마 그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감사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영향력을 준 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나도 비극적인 내용들 뿐이라 아쉽다고도 느끼긴 했었다. 물론 각 사진마다 주는 충격 및 비극은 놀라웠지만, 코로나 때 마스크를 쓴 노부부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그런 모습들도 조금 더 많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린아이에게는 대부분 비극을, 노인에게서는 희망을 보여주는 상들이 퓰리처상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희망을 많이 느껴야 되는 어린아이들이 절망을 느끼고 있으니 그런 안타까움이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희망이 되는 메시지들이 좀 더 많이 수상을 하고, 상을 받은 저널리스트들도 같이 희망의 불씨로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전쟁을 촬영한 사진도 전시회에 있었는데, 저널리스트가 한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왜 우리는 전쟁의 시작은
기념일로 만들지만,
전쟁의 끝맺음은
기념일로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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