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할 때 기쁜가
12월 31일 퇴근하고, 어디를 가야될지 누구를 불러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회사에서 정말 운이 좋게 '야근'이라는 선물을 주셨고 고된 몸을 이끌고 연말 모임에 갈 체력도 없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20대의 마지막이 야근이라는 씁쓸함 보다는, 회사에서 그래도 오래 다녔다는 증표로 처음 받아본 '금일봉'에 의미를 부여했고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하고 제야의 종소리 유튜브로 들으며 그렇게 12월 31일을 빠르게 마무리를 했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신년 계획을 세우기 위한 커뮤니티 모임에 들어갔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연말파티를 하셨는지 제법 초췌해 보였지만 대체로 2025년을 희망찬 한해로 보내려고 하는 눈이였다.
추운 날씨(영하 5도)에 나와서 신년 계획을 세우려고 왔다는 것에 신기했고 역시 연초 효과는 대단하다고 느꼈다(오전 헬스장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2025년 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며 모임을 진행했다
한 분씩 내년도 목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연애하기, 돈 많이 벌기, 회사 성과 이뤄서 승진하기 등 어떻게 보면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을 발표했다. 물론 나 역시 연애, 부유한 돈,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미 정해둔게 있었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2024년이 12월이 끝나갈 때쯤 느꼈다.
'뭔가 한 건 많은 것 같은데, 나를 제대로 알고 했나?' 라는 질문이 문뜩 들었다. 경험주의적 사고를 가지기 위해 시도하기를 많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의견의 피드백을 늘 수용하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하고, 금방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끈기 부족'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나의 의견보다 남들의 피드백은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했고, 그 의견만을 받아들이기 위해 새벽까지 잠도 안자면서 고민했던 적도 많았다. 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보고, 돈을 받으면서 운영을 하다보니 이 사람들의 만족감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타인의 모임 만족감 = 나의 기쁨 및 행복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은 점점 멀어지고 안보던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자신감은 점점 더 사라져가니 그 모습이 싫었고 집중도 되지 않았고, 연말이 될 때는 모임도, 모객도 잘 안되고, 심지어 아끼던 사람들 조차 잃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잘 될 수 있을까?, 모객 비용을 내려볼까?, 경기가 안좋아서 이런거겠지?' 라는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쨋든 결과가 증명하듯 12월에는 적자만을 기록했고, 점점 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 잡혔고 계속되는 걱정은 점점 더 내 주변과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퇴근 지하철에서 SNS를 보다가 문뜩 느꼈다.
'나 왜이렇게 살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게 뭘까?, 취미가 보드게임이 맞을까?, 왜 내 만족은 없지? 나는 언제 기뻤지?, 도파민같은 기쁨 말고 원초적인 몰입에서 나오는 기쁨은 뭐였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다가 결론에 도달했다.
난 나를 모르는구나
2시간을 고민했지만,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받아들였고, 그때 부터 목표를 설정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나를 제대로 알기,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미뤄뒀던 독서를 다시 계속해서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내 자신을 돌보면서, 무엇을 할 때 몰입이 잘 되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등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려고 했다.
가장 처음은 모임이였다. 2024년에 큰 성과를 가져다 준 것이 바로 내 모임이였기 때문에, 모임에 대한 생각을 먼저 했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분명 처음에는 '좋은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가 목표였다. 그런데 좋은 경험이라는 단어를 단순 재미, 혹은 그를 넘어 도파민이라는 단어만을 추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자극적인 행동 및 언행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자제하려고 한다.
도파민, 마약 이란 단어 보다, 만족과 기쁨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할 예정이며, 단순 재미가 아닌
진짜 좋은 경험이라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모임을 꾸려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하며, 내가 먼저 기뻐야 타인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다.